한동안 푹 가라앉아 있던 마음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기분이 풀린다고들 말을 하지만, 그렇진 않았던것 같아요. 그냥 놔두면 우울의 동굴 속으로 계속 파고들어가기만 할 뿐,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무언가 계기가 필요하죠.
의외로 그 계기는 몇몇의 사소한 것들 덕분이었습니다. 우선은 지난 2004년 말 작고하신 오카자키 리츠코 님의 유작앨범 For Ritz 덕분. 삶을 떠나보내면서도 남겨주신 행복에의 희망을 노래하는 그분의 가녀린 목소리 속에서 희망을 찾았다면 과장일까요? 약간은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서 회복할 기운을 얻다니 말이에요.다른 하나는 평소에 약간은 거리감을 두고 보아오던 블루문님의 블로그였어요. 그것도 약간은 생뚱맞은 상사의 구두지시 처리 프로세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업무에 대한 부담의 상당부분은 저런 구두지시 덕분에 유발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 글을 읽은 바로 다음날, 상사가 갑자기 (다른 일도 바쁜데) 어떤 사항을 조사해 보라는 지시를 내리더라구요. 평소같으면 발끈하면서 거부했을지도 모르는데, 이 글을 생각해내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간략히 알아보고 정리해서 메일을 보냈더니 바로 마무리되더군요.
마지막은 이글루스 히요님의 블로그. 히요님은 아직 학생이지만 많은 생각,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입니다. 워낙 많은 이야기가 올라오기에 딱히 이거다 하고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한마디로 하나하나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고 좀더 나은 방향으로 자신을 고쳐나가는 모습에 상당히 공감할 수 있었어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
앞으로도 이런저런 일로 인해 마음이 가라앉을 때가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때그때마다 다른 계기를 찾아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사람은 언제나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덧,
[spoiler show=”블루문님 – “상사의 구두지시 처리 프로세스” 정리” hide=”블루문님 – “상사의 구두지시 처리 프로세스” 정리”]
– 구두지시이므로 정확히 어떤 내용인 지 이해하려면 다시 확인해야 한다.
– 내가 해야 할 일은 좀 더 ‘정확히’ 요구조건을 파악하는 것이다.
– 구두지시한 내용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
– 우선 지시한 내용을 정리한 후 좀 더 상세히 보고할 내용의 인덱스를 작성한다.
– 가볍게 조사를 해 본다.
– 내부 데이터 뿐만 아니라 외부의 참조할 데이터가 있는 지 조사한다.
– 지시자에게 보고한다 –> 중간 보고
– 새로운 지시 사항을 습득한다
– 일정을 보고하고 허락을 받는다 –> 업무 중요도 설정
– 필요한 자원을 할당한다 –> 업무 협조
– 지시자에게 보고한다 –> 조사 과정의 변화에 대해 보고한다
– 완성 보고서를 작성한다
– 보고한다
– 평가 받는다
– 수정할 사항을 포함하여 다시 보고한다
– 수행을 완료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가 발생한 시점에서 보고한다“는 것[/spoi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