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색 여인에 관한 연구 – 셰리 토머스 지음, 이경아 옮김/리드비 |
셜록 홈즈가 여성이었다는 설정으로 빅토리아 시대에서 여성이 독립하여 살기, 당시의 사회상이나 남녀 관계, 그리고 범죄와 로맨스 등을 새로운 관점에서 묘사한 레이디 홈즈 시리즈의 1편이자 개요 버전입니다. 사실 사건보다는 샬롯 홈즈라는 통통하고 귀여운(?) 양가집 레이디가 남다른 관찰력과 논리력을 가지고서도 능력을 숨길 것을 강요받는 상황 하에서 사고를 침으로써 가족과 절연하고 집을 나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서며 인연을 만들어가 사립 탐정이라는 일을 시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사건 자체는 희미하게 샬롯의 독립 과정에 따라오지만, 엉겁결에 샬롯의 독립과 엮여서 풀려나간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주요 사건은 시골에서 갑작스럽게 동맥 파열로 사망한 해링톤 색빌 경의 죽음과, 샬롯이 친 사고를 동네방네 떠들어대는 슈르즈버리 부인의 죽음에 대한 연관성과 살인범 탐색이지만, 샬롯의 친우인 잉그램 경, 그를 통해 정보를 얻고 수사에 활용하는 트레들스, 홈즈를 후원하며 사무실 공간도 제공해주는 왓슨 부인, 사건을 꾸미고 여성으로서 먼저 독립해서 복수를 펼치는 론스데일 양과 남편 모리어티(!),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글로 펼쳐내는 언니 리비아까지 인물 소개적인 면모가 더 돋보이네요.
일반적인 셜록 홈즈 패러디와는 달리 사건 구성, 인물간의 스토리, 그리고 글로 남기는 과정까지 새로 창조된 버전의 주홍색 연구라는 느낌입니다. 미국 유타를 배경으로 한 원래의 스토리와, 영국에서 일어난 독신 귀족 남성의 추문에 대한 수년 뒤의 복수극을 재창조한 작가의 솜씨는 정말 멋드러지다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등장하는 마이크로프트 홈즈의 화신인 밴크로프트 경은 어떤 모습일지 더더욱 궁금해집니다. 다음 권인 벨그라비아 사건은 아마도 보헤미아 스캔들의 리메이크일 것 같은데 빨리 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