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숨

첫숨8점
배명훈 지음/문학과지성사

간만에 읽어보는 국내 작가의 장편소설이네요. 더구나 SF입니다. 정소연 님의 옆집의 영희 씨와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어 SNS 타임라인에서 많이 이야기되길래 관심이 가서 보게 되었어요. 깔끔한 표지와 독자들의 작가에 대한 신뢰도 선택에 많은 영향을 준것 같네요.

배경은 무려 스페이스 콜로니입니다. 지구 궤도권에서 원심력을 통해 중력을 유지하는 대규모의 우주 거주지역 첫숨 + 맞숨의 두 개가 맞물리며, 원심력의 특성상 중심의 무중력 지대, 중간의 달/화성 중력권, 그리고 표면의 지구 중력권이란 설정이 이 작품의 뼈대를 이룬다는 느낌이네요. 달에서 거주하면서 1/6 중력의 독특한 움직임을 이루어내는 무용가 한묵희, 1/3 중력의 화성 경제권의 은인 가문으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 나모린, 그리고 첫숨을 이끄는 지도자격인 송영 여사 등 각자의 의도가 주인공 내부조사원과 엮여 이야기를 펼쳐 나갑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겹겹이 쌓여 있는 다층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은 첫숨+맞숨의 구조와 단계별 중력 구조라는 설정, 그리고 각 중력권에서의 사람들의 준거 기준이랄까.. 지구인은 평면 기반, 월인은 관성이라면 무중력의 준거 기준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 누구나가 다 어느 순간 중력의 힘으로 떨어져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를 배반하는 한묵희의 비상, 명문화된 기준을 앞에 놓고 회피하려 하는 인간군상과 송영의 인정사정없는 지적/방향 제시, 그리고 무언가 숨겨져 있는 상황에 대한 주인공의 해석 – 없음이 너무 빨리 나타난다 – 모두가 겹겹이 싸여 마치 밀피유같은 느낌을 주는 독서 경험이었네요.

아쉬운 점이라면 절정에서 마무리로의 전개가 너무 빠른 것 같다는 느낌? 조금 더 천천히, 자세하게 풀어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마치 요약본같은 느낌으로 결말로 가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야기가 좀더 길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무중력 지대의 엔지니어라든지, 연구원이라든지, 그리고 한묵희의 심리라든지, 주인공의 상황이라든지 더 많은 것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독자의 욕심이겠지만 말이죠.

덕분에 장편이란게 이런 맛이었지 하는걸 간만에 맛본 느낌입니다. 얼마 전 단편이란게 이런 거구나 하고 느낀 것과 대비되어 즐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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