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카스테라10점
박민규 지음/문학동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작가 박민규씨의 단편소설집입니다. 지난 소설과는 달리 읽는 사람에 따라 좋고 싫고가 갈릴 수 있다는 말에 읽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마침 시카고행 기내도서목록에 있기에 골라들었네요. 그리고는 비행하는 동안 다 읽어버렸답니다. 오히려 장편소설보다 단편 쪽이 더 유쾌하고 재미있더라구요.

특히 표지에 그려진 여러 동물들이 사실은 단편의 제목이었다는 사실. 아아, 이 센스장이같으니라고.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 아, 하세요 펠리컨 / 대왕오징어의 기습, 그리고 뒷표지에 등장하는 냉장고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카스테라까지 말이에요. 생각해보면 자그마한 센스인데 책을 다 읽은 후에도 표지만 보면 유쾌해져 너무 좋아요.

물론 박민규씨의 소설은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그리 기분좋기만 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80년대의 약간은 암울하고 가난스러운 (이런 말이 있지는 않더라도, 쓰고 싶은 말이라..) 분위기는 여전하거든요. 그래도 그 가운데서 자라왔기에 그가 내놓는 이런저런 소품들, 또는 이야기를 바로 인식하고, 느끼고, 알아차리고, 공감할 수 있기에 그의 소설에 열광하고 재미있어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카스테라. 가장 첫머리에 등장하는 이 단편소설이 정말 너무 좋아요. 너구리도 좋고 푸시맨도 좋고 오리보트도 좋지만, 카스테라에 등장하는 냉장고만큼은 못하거든요. 단지 냉장고 하나만으로 한 시절을, 가족을, 학업과 직장을, 국제사회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지.. 딴건 몰라도 이 한편만은 서점에 서서라도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은희경과 김영하씨가 문단에 등장했을 때, 한국문학의 지킴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새 박민규같은 작가가 혜성같이 나타나는걸 보면 참 신기하네요. 앞으로도 멋진 이야기 많이 들려주길 기대합니다. 멋져요~!

카스테라 :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이 아픈 우리들에게. – 니야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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