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에 대한 찬양 – 버트란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사회평론 |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에세이집입니다.
사실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러셀이란 이름보다는 ‘게으름’이란 단어 때문이라고 고백해야 할것 같습니다. 거의 매일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기에 ‘게으름’에 대해 향수병 비슷한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던게 아닐까요? 덕분에 20세기 초반의 멋진 에세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본래의 ‘게으름’을 즐길 변명거리는 별로 얻지 못했지만 말이에요.
러셀의 이 에세이집은 자본주의가 득세하고 공산주의와 파시즘이 발호하기 시작하던 20세기 초반에 발표되었습니다. 국가들이 갈수록 이기적, 민족주의적이 되어가는 가운데 국수주의적 입장이 아닌 이성적 인간의 입장에서 어떠한 것이 바람직한 사회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길을 제시한 독특한 글이죠.
이 책에서 러셀은 노동과 여가, 그리고 문화와의 관계. 국가간의 바람직한 자원 나눔, 교육의 발전 방향, 경제에 대한 조언 등 갖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1932년에 쓰여진 이 책이 현재 세계 각국에서 실행하고 현세계의 여러 가지 문제점과 그 대안을 잔뜩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비록 몇몇 문제에 대해서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자기것만 챙기게 되어있는 사람과 집단의 속성을 간과했다는 단점이 여기저기 보이긴 하지만 그 통찰에 대해서는 머리숙이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어두운 세상 속에 조금이나마 통찰을 통해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해주는 그러한 사람이 있기에 사회가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그 이상이 조금 비현실적일지는 몰라도 그 덕분에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