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기동전사 건담 SEED를 주말마다 특근하는 중에 즐겁게 봤던 기억이 있어, 약간씩 긴장감이 떨어지는 SEED Destiny에 이어 더블오(00)까지 보게 되었네요. 아직까지는 감독이 누구인지, 성우가 누구인지는 모르는터라, 비슷한 정도의 긴장감과 재미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한회씩 보곤 했어요. 헌데 어느새 1기를 마무리해버렸군요.
더블오 또한 오리지널 건담과는 다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합니다. 우주시대라기보다는 궤도스테이션 시대 – 화석연료가 아닌 궤도상에서 태양열을 받아 에너지를 궤도엘레베이터를 통해 지구상으로 공급한다는 독특한 설정이에요. 지구상에 있는 3개의 스테이션을 중심으로 세력이 재편되어, 아시아권의 인혁련, 미국 중심의 유니온, 유럽의 AEU가 서로 다툼을 계속해서 국지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죠. 이들이 각 세력 고유의 MS를 이용해 전투를 반복하는 와중에 ‘셀레스탈 비잉’이라는 사설조직이 건담이란 MS를 이용해 전쟁 근절을 시도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설정은 그럴듯 하지만, 처음부터 등장하는 네 기의 건담(엑시아, 듀나메스, 큐리오스, 버체)과 네 명의 파일럿, 그들 각자의 숨겨진 스토리와 이들과 대적하는 각 세력의 주요 캐릭터들의 이야기, 그 밖에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인물들(이스마일 왕녀, 사지와 루이스 등)까지 개입하면서 스토리는 갈기갈기 흩어집니다. 처음 몇 화를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정말 갈피를 잡기 힘들더군요. 뭔가 하나 사건이 일어났다 하면 다음에는 또 새로운 인물들이 우르르, 그러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새로운 건담, 거기에 더해지는 배신, 그리고 기술유출로 유사건담들이 우르르.. -_-;;;
물론 HD 배경의 화려한 작화와 전투장면은 볼만했습니다. 시대설정도 나름 독특하고, 메카닉 각각의 디자인과 설정도 재미있어요. 하지만 이 모든건 줄거리가 뒷받침되어야 인정을 받는 법. 매 화마다 ‘건담 마이스터’라는 말만 중얼거리는 주인공과 남에게 등떠밀려 한숨만 짓는 여주인공은 뭘 하는건지 잘 모르겠더군요. 넷상에서 이들보다 오히려 세르게이+소마, 록온+펠트, 사지+루이스 등이 더 인기있는건 그래서일지도 모르죠. (건담시드에서 라크스 여왕님의 인기를 생각해보시라)
어쨌거나 저쨌거나 1기를 마무리(?)하고 8월달에 2기가 나온다는군요.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한번 두고 보겠습니다.
뭐 마크로스야 스토리 볼거 있나. 액숀 연출이 좋던데. 건담 빵빵이 보다는 더 재미있을듯? 뭐 안봐서 모르겠지만…
액션이야 좋죠. 하지만 그것도 줄거리가 받쳐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