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 고마츠 사쿄 지음, 이동진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
일본의 SF소설. 일본 내에서는 SF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66년 작이지만 지금 봐도 위화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 시대에 매이지 않은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하네요.
전체적인 느낌은, 태양계를 넘어서면서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인류가 껍데기를 벗고 새로운 존재로 도약한다는 면에서 유년기의 끝을, 그리고 머나먼/기나긴 공간과 시간을 넘어선 주인공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인터스텔라를 연상시키기도 하네요. 아, 그리고 스타워즈도 있군요 (I’m your father… ㅋㅋ) 하지만 이 중 영향을 받았을 만한 작품은 유년기의 끝 정도이고 다른 작품들은 모두 출간 이후에 발표된 작품이니 뭐.. 심지어 스페이스 오디세이도!
아쉬운 점은 중간중간 독자의 독해력을 많이 시험한다는 부분 같습니다. 누가 주인공이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사람인지 파악하기도, 그리고 갑자기 다른 시대/다른 배경으로 뛰어넘는 장면을 캐치하기가 꽤나 어려웠어요. 그래서 읽으면서도 다음 장이 누락되었나 하고 페이지를 확인하는 일이 여러 번 있었네요. 단순한 구분자라도 들어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느낌. 반면에 이런 점들 덕분에 앞뒤의 이야기를 짜맞추면서 이렇게 된거구나 하고 혼자서 재밌어하는 부분도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친절하진 않아요, 확실히. 게다가 이름까지 바꾸거나 약자로 불러버리니, 쩝.
그렇더라도 독특하면서도 계속 씹다 보면 단맛이 우러나오는 그런 작품입니다. 최근 읽어본 SF 중에는 없는 그런 타입. 사건의 매개가 되는 고고학적인 발굴, 그리고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 갑자기 펼쳐지는 미래, 태양계의 위기, 갑작스런 외계인의 방문과 구출 작전, 그리고 납치와 그 뒤에 숨겨진 음모들. 숨가쁘게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인줄 알았던 일들이 묘하게 연결되는게 즐거웠어요.
어쨌든, 수많은 위기 속에서 겨우 몸 둘 곳을 찾은 주인공이라..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요. 저도 요즘은 좀 쉬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