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행복한책읽기 |
부드러운 느낌, 여성적 필치의 잔잔한 SF입니다.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사이에 말세가 도래한 세상이라고나 할까요? 점점 줄어드는 출산율을 통해 멸망의 전조를 인식한 극소수의 사람들이 클론이란 기술을 사용해서 인류의 명맥을 보존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해서 생성된 일인다체의 클론들과 그들을 만들어낸 개개인간의 갈등, 그리고 클론의 세대가 이어지면서 생겨나는 또다른 갈등의 양상이 새로운 모습으로 펼쳐집니다.
인류에게 있어 개인이란 어떤 의미인지, 과연 내가 여러 명이 있다면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행동하게 될지, 그리고 혼자 있을 시간, 개인의 사색의 시간이 없다면, 개성이란게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으로 나임을 주장할 수 있을지 등등, 다양한 문제를 던지면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그 어느 쪽도 진정한 해답은 없지만, 조금은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독특하면서도 섬세한 작품입니다.
우울한 인류의 쇠퇴기를 다루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세계를 묘사하는 가운데 은은한 햇살이 비춰지는 듯한 따스한 소설입니다. ‘Where Late the Sweet birds Sang – 달콤하게 노래하던 새들이 있던 곳에서..’ 라는 원제가 참으로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