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시간이 좀 나서 보았습니다. 원작이 한참 이슈가 된 것이 2004년, 영화화된게 작년(2006)이니 꽤나 시간이 지난 다음에 집어들게 되었네요. 뭐, 그럼에도 지난겨울 출장때 간 파리에서는 아직도 다빈치코드의 열풍이 불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 루브르 전체가 다빈치코드로 도배되다시피 했었죠.
스토리 자체야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원작을 축약한 버전이라 보면 맞을듯. 새로운 설정이 거의 없고 재현에 충실한지라, 무언가 새로운 것을 기대한 관객들에게 외면받았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들기도 하네요. 그런걸 보면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다는게 말처럼 쉽진 않을 겁니다. 원작의 재현을 기대하는 관객,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는 관객, 새로운 해석을 기대하는 관객 등 수많은 사람의 수많은 취향을 맞닥뜨리게 되니 말이죠. 하지만 론 하워드는 안전지향적인 방향을 택했고,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기대한 사람들을 실망시킨게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충실’하지도 못했구요. 누가 그 방대한 내용을 다 영상화할 수 있겠습니까 말이죠.
그럼에도 루브르와 파리 시내, 볼로뉴 숲, 런던, 템플 성당 등 원작에서 묘사된 장소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뻤습니다. 파리나 런던에 간다고 해서 이러한 장소를 다 가볼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소설 속의 그런 분위기를 느낀다는 것은 더더욱 힘들테니 말입니다. 루브르에서 소니에르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파리에서 런던을 넘나들며 펼쳐지다가 다시 루브르로 돌아와 끝맺는 구성, 그 가운데 새롭게 보이는 루브르 박물관의 느낌이 특히 좋았네요. 이제사 파리의 다빈치코드 열풍이 이해된다고나 할까요.
원작을 본 사람들에게는 영화 자체의 즐거움보다는 오히려 다큐멘터리적인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보면 세시간도 길지는 않을듯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