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열린 박노수전을 보고 왔습니다. 푸른색을 즐겨쓰는 수묵채색화 – 나무와 산, 강과 소년, 말과 사슴을 즐겨 그리는 그의 작품을 시기별로 하나 하나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었네요. 노환으로 2003년부터 거의 활동을 접으시고 2005년 대부분의 작품을 시립미술관에 기증한 후 5년만에 열리는 전시, 혹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전시라 각별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왔습니다. (원래 더 일찍 갔어야 하는데 완전히 잊고 있다가 전시 마지막 주에 와서야 떠올리고 부랴부랴 주말에 찾았네요)
토요일 좀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많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여유가 있어 찬찬히 보고 왔어요. 다행히 저녁 8시반까지 연장전시를 하는 날이라 더 좋았습니다. 초기의 힘이 넘치고 꽉 찬 느낌의 5~60년대작이 1관, 중기 여러 가지 화풍을 시험해서 다양한 화풍이 보이는 70년대작이 2관, 그리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소품과 풍경 중심의 3관, 마지막으로 80년대 이후 현재까지의 간결한 선과 푸른 색상이 인상적인 4관으로 이루어졌어요. 초기작은 현재와 상당히 다르면서도 독특한 느낌이라, 지금까지 몰랐던 작가세계를 볼 수 있어 좋았고, 미공개작과 최근작은 역시 박노수님의 작품답게 시원하고 멋스러워 좋았습니다. 특히 4관의 류하(柳下), 강(江), 산(山)의 세 작품이 인상적이었어요 (공식링크 참조). 우연히 맞아떨어진 도슨트의 설명도 좋았구요. 박노수님도 직접 뵙고 공부하는 학생인지 친절하게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한시간정도 돌아볼 예정이었던 전시를 두시간 반 넘게 보고서야 덕수궁을 나섰습니다. 조금 가격은 있지만 작품이 너무나 잘 나온 도록과, 지금까지 발표되었던 글을 모아놓은 책 한 권, 그리고 류하(柳下)가 멋지게 표현된 카드를 구입했네요.
멋진 전시도 좋지만, 건강을 회복해서 조금 더 활동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