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기회 – 엘리자베스 워런 지음, 박산호 옮김/에쎄 |
현직 미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의 자서전입니다. 언뜻 보면 정치인의 자화자찬기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 실제로 그런 면이 없지는 않지만 – 상당히 읽으면서 공감이 되고 무언가 마음을 바로잡게 되는 책이에요. 정치란 것이 혐오할 것, 그저 흙탕물 싸움으로만 생각되지만, 실제 그렇게 생각하던 한 여교사가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가면서 행동으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이야기라 더 찡하네요. 실제 몇달동안 거주하면서 살았던 매사추세츠 주의 이야기였기에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이야기되는 많은 지명들이 소록소록 기억을 되살려주는게 너무 좋기도 했구요.
어릴적에는 학교에서 토론을 잘하던 한 여자아이가, 조금 더 나은 생활을 위해 교사를 꿈꾸며 대학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공부하게 된 법 – 파산법을 알아보면서 이것이 무책임한 사람이 아닌 생각지 못한 빚으로 고통받는 보통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제정된 법이란걸 실제 조사와 강의를 통해 알게 되고, 알아보기 힘든 약관 때문에 잠깐의 결정으로 높은 금리에 휘둘리게 되는 학생들, 자영업자들, 중소기업인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한 활동을 하게 되고, 이를 위해 정부 위원회와 금융 위기 감시 체제를 만나게 되고, 그리고 이를 현실로 이루기 위해 주 상원의원과 대통령을 만나게 되고, 그리고 제안을 받아 상원의원이 되기까지.. 이 모든 과정이 무슨 야망을 위해서가 아닌, 그저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받기 위해, 내가 낸 세금이 나와 이웃을 돕는데 사용되기 위해, 야망과 욕심에 찬 은행가들과 로비스트들을 위해 쓰이지 않기 위해, 활동을 하는 한 엄마/할머니의 이야기로 펼쳐져 있습니다.
초반에 비해 후반에서 많은 일을 이야기하느라 밀도가 살짝 떨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글쓴이의 열정과 공정함이 반영되어 있어 더 절절하게 느껴져요. 특히나 결정적인 순간의 뒷이야기가 감동적이기까지 하죠. 서민 보호를 위한 파산법 적용을 더 엄격하게 하려는 금융계의 움직임을 결정적으로 늦추는 클린턴의 거부권 행사, 금융위기 후 금융기관 감시를 위한 소비자 보호기관의 결정적 지지자가 바로 오바마였다는 점 등등.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과 대비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무언가 시키는 일만 하기보다는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고, 진정 ‘세상을 좀더 낫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정말 필요한 일이기에, 가치있는 일이기에 몰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