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Kill Bill: Volume 1 (2003)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주연: 우마 서먼, 루시 리우, 다릴 한나, 소니 치바
각본: 쿠엔틴 타란티노
음악: 라스 울리히, 엔니오 모리꼬네
별 생각없이 봤는데 감동해버렸다.
쿠엔틴 타란티노답게 잔혹하고 피가 화면을 가득 메우는 그런 영화였지만, 이상하게도 잔인하거나 메스껍게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히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사지가 절단되고 피를 분수처럼 쏟았지만, 하나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무엇보다, 현실감이 전혀 없었다.
스토리는 ‘처참하게 피로 얼룩진 5년 전의 결혼식에 대한 복수’라는 거창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한 여성의 복수혈전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한 편의 액션 게임을 즐기는 느낌. 이소룡의 까만줄무니 노란츄리닝을 입고 핫토리 한조의 명검을 손에 든 여자 주인공이 수많은 야쿠자와 마피아의 살을 가르고 뼈를 부수며 목을 날리고 피를 분수처럼 쏟게 만드는 서양식 무협영화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래서인지 마음의 부담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었던듯. 앞부분의 식칼싸움은 조금 철렁했지만, 뒷부분의 야쿠자들과의 전투, 그리고 영화 전체의 클라이막스인 오렌 이시이(루시 류)와의 눈쌓인 일본정원에서의 결투장면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피식~ 하고 웃음도 나오기는 했지만.
Vol.2에서 본격적인 Bill에 대한 복수가 시작될텐데, 오렌 이시이와의 결투가 너무 강렬하게 인상에 남아 부담이 된다. 과연 2편에서 타란티노는 어떻게 그 부담을 메꿀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