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매우 즐겁게 봤습니다. 사실 직업상(?) 평일에 영화를 보기는 힘들지만 강남 쪽의 외부 세미나에 참석하게 된 덕분에 시간도 남고 해서 볼 수 있었어요. 그 인디펜던스 데이의 악몽을 연상하면서도 ‘그래도 규모의 영화는 극장에서 봐주는게 예의’ 운운하면서 꾸역꾸역 코엑스 메가박스 1관으로 찾아간 보람이 있었네요.
사실 영화 자체보다는 메가박스에서 도입한 DLP 디지털 영사 시스템 성능을 보러 간 거였습니다. 역시나 디지털이란 말에 걸맞게 꽉 찬 화면 전체가 흐릿한 부분 하나 없이 깨끗한 화질을 보여주더군요. 저 구석으로 밀려났지만 오히려 더 가독성이 높아진 자막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는 뭐랄까.. 재난+극복+가족+휴먼+액션 이랄까요? 이런저런 장르에서 상품성있는 코드만 골라 뽑아냈다는 느낌입니다. 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야기라는게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로 잘 비벼놨으면 만족할만 해요.
주인공 홀 박사 쪽의 인물들은 너무나 평이해서 별로였지만, 뉴욕에 고립된 홀 박사의 아들네미 샘과 동료들은 역시나 학교 퀴즈대회 대표답게 똘똘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인물은 유럽기상센터 소장(?)으로 나왔던 사람이었는데, 이안 홀름이 맞는지 모르겠군요. 마지막을 당당하게 맞는 모습이 좋았는데, 이미지가 없어요. 흑흑.. T_T헐리우드와 부시 행정부가 사이가 나빠서인지 감독이 은근히 정부를 까대는(?) 코드를 많이 집어넣은 것 같습니다. 초반에 미국 국기가 펄럭이는걸 보고 덜컹 했지만, 지난번처럼 ‘미국 대통령은 수퍼맨’ 이 아니라서 얼마나 안도했는지 몰라요. 덕분에 오히려 스토리가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건 미국이 천년만년 독불장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메시지였습니다. 미국이 무시했던 3세계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것에 감사할 수밖에 없게 된 신세. 사람은 꼭 한번씩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게 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부시도 이 영화 꼭 보고 정신좀 차렸으면 좋겠군요. 어쩌면 보고서도 자기 이야기인줄 모를지도 모르지만요. 바보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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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philia님. 답글 보고 왔습니다~ 영화 속에서 미국을 어떻게 묘사했는가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주목하시는 듯 합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 역시 토네이도 씬이 제일 눈이 즐거웠던(?) 듯 합니다. ^^
marcel / 미국에 대한 묘사에 주목하는 것은 아무래도 감독의 전력(Independence Day -_-) 때문이겠지요. 오늘 김선일씨의 죽음을 앞에 놓고서 더욱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