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네테스는 우주에의 꿈을 다룬 애니메이션입니다. 지구궤도상의 우주쓰레기를 처리하는 테크노라社 데브리과를 배경으로 각 멤버들의 에피소드와 주인공 하치마키 & 타나베의 꿈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묘사했는데, 그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가 꽤 현실적이어서 마음에 들더군요. 특히나 하치마키의 개인적 갈등에 대한 묘사라든지 우주 개발을 둘러싼 암투와 후진국의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이야기 등은 꽤나 좋았습니다.
하치마키는 우주비행사 집안의 장남으로 아버지는 화성에 처음으로 간 비행사이죠. 하치마키는 한편으로는 자신만의 우주선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 다른 한편으로는 아버지처럼 집안을 내팽겨치고 자기 좋을대로만 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갈등하는 캐릭터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노력해서 결국은 우주에 오지만 정작 배치된 곳은 말단의 데브리과. 예전의 애인은 엘리트 관제과로 가면서 헤어지고, 신입으로 들어온 타나베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계속되는 일상은 그에게는 만족을 주지 못하죠.이런 환경 속에서 사람은 점점 자기중심적이 되어갑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연금술의 법칙처럼, 하치마키도 목성행 우주선의 비행사라는 위치를 위해 그동안 쌓아온 데브리과의 동료들과의 신뢰, 타나베와의 사랑, 가족과의 관계 등을 모두 버리고 필사적으로 시험에 임합니다. 하지만 목표를 이룬 뒤에 남은 것은 ‘혼자’라는 사실 뿐이죠. 결말은? 하치마키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큰 우주가 있다는 멋져보이는 대사를 읊조리면서 타나베에게로 돌아갑니다..만..
사실 목표 달성이라는 결과를 통해서 이후 하치마키의 관계가 모두 회복되는 결말은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해피엔딩이라 약간의 흐뭇한 마음은 있었지만요. 하치마키의 내적 심경의 변화는 있었을지라도 하치마키 자신이 한 일은 아무 것도 없거든요. 오히려 하치마키를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테러에 휘말리고 탈출하고 (연적인) 크레아를 업은 채로 40km를 죽어라고 걸어가며 고생한 타나베만 불쌍했습니다. 결국 결혼에는 성공하지만 하치마키가 목성에 갔다올 때까지 7년간의 독수공방이라니.. (뭐, 본인은 행복해하긴 하지만요)타나베란 캐릭터는 참 매력적입니다. 한마디로 열혈 캐릭터거든요. 처음 등장할 때부터 ‘사랑이 부족해서 그런거에요!’ 라며 불타오르더니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어버린것 같습니다. 하치마키와 관계가 불편해지면서 약간의 갈등이 생기기는 하지만, 자신의 철학(사랑!)을 끝까지 고수해가는 고집장이 모습, 멋졌습니다.
나중에 만화책으로도 한번 봐야겠습니다. 완결까지 한권정도 남았다는데 애니메이션에서 빠진 중간중간의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