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10점
김상욱 지음/바다출판사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님이 물리학을 넘어서 화학 생물학과 인류에 대한 이해까지 시도하는 통섭적인 저작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다빈치같은 학자들이 이런 식으로 공부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얼핏 보면 무모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과에다가 지금까지 과학 쪽에 많은 관심을 두고 중고등학교를 거쳐 공학까지 전공한 입장에서 보자면 새로운 뷰를 많이 제시해 주는 멋진 한 편의 책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교수님도 책 전반에 걸쳐서 계속 ‘물리학자 입장에서 본’ 세상에 대한 이해를 시도한 책이라고 하는데 그게 딱 맞는 말이더라구요.

기본적인 책의 시작은 교수님의 책이 그렇듯 원자입니다. 세상을 구성한느 기본 요소로서의 원자의 특징을 수소 원자의 구조로 시작해 양성자와 전자의 특성, 양성자와 전자를 이루는 쿼크를 비롯한 17종의 기본 입자, 그리고 이들의 작용으로 중력과 전자기력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 주기율표에 따라 전자가 채워지는 방식, 원소별 특징을 차근차근 이야기합니다. 이 과정에서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핵분열, 철보다 가벼운 원소는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다는 개념이 제시되어요. 우주를 구성하는 별들은 이렇게 수소가 융합하여 헬륨이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생성된다는 아주 작은 입자→매우 거대한 별과 우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제시해요.

이어서 에너지를 얻고 배출하는 기본 원리가 수소의 이온화에서 방출되고 흡수되는 과정을 기반으로 한다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이 수소 이온을 얻고 잃는 과정을 전자의 결합 과정으로 설명하는 가운데, 학교에서 배웠던 공유결합, 이온결합 등이 이야기되고, 이에 따라 분자의 특성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별을 구성하는 다양한 원소 중 지구의 지각에서 가장 다양한 결합을 자랑하는 산소의 역할과 생명체를 이루는 탄소/수소/산소/질소, 그리고 이들이 결합하여 나타나는 다양한 물질들이 이어지죠.

이런 화학에 대한 이야기를 거쳐 탄소화합물을 산화시키며 에너지를 얻는 미토콘드리아 기반 호흡과정과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 탄소 및 질소를 고정시키는 엽록체의 동식물 순환 구조를 설명합니다. 이부분부터는 각종 사이클에 대한 설명이 좀 대충 넘어가는 느낌이긴 했어요. 그래도 이런 과정이 맨 앞에서 이야기한 수소 이온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는 과정에 이어지는지라 물리학-화학-생물학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통합해서 설명될 수 있다는게 정말 새로왔네요.

후반부는 이제 다세포 동물의 출현과 신경계의 형성, 그리고 인간의 기억과 느낌, 문화의 형성까지 이어지지만 이 부분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아직 미지수인 부분이 많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단순히 생명체를 분류했다고만 알고 있던 계통도가 신경의 형성과 세포별 역할의 구분, 포식동물의 출현과 항상성 유지를 위한 복제/출산 등으로 이어지는 개념은 매우 신선했어요. 이기적 유전자와 사피엔스 등의 최근 서적을 인용하는 부분도 신선했네요.

상당한 분량을 자랑하는 책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과학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원자/분자/생물학/다세포생물/인간의 생각 등의 단계별로 이해의 영역을 뛰어넘는 간극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원자를 아무리 잘 알더라도 물이나 당, 단백질이나 인슐린 등이 왜 그렇게 작용하는지 설명할 수 없고, 분자를 이해하더라도 생물이 왜 항상성을 유지하려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생물의 에너지 획득 원리를 알더라도 다세포생물의 세포가 왜 다르게 발현하는지를 알 수 없는 것처럼 생명체의 계통을 잘 이해하더라도 인간은 왜 문화를 만드는지 알 수 없는 것 등등. 그래서 과학의 분야가 나눠지고 인문학이 과학과 분리되어 연구되는 이유는 결국 연구하는 대상의 레벨에 따라 특성이 확 변화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교수님도 이 부분을 제일 강조하신 것 같아요.

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문장이 있었네요. 생물 역사의 대멸종을 돌아보면서 한 교수님의 언급입니다. “물론 생물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것이다. 하지만 대멸종이 일어날 때, 최상위 포식자는 언제나 멸종했다. 참고로 지금 최상위 포식자는 인간이다.” 이 거대한 과학적 발견과 역사 속에서 인간이 좀더 겸손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네요. 멋진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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