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데우스 –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김영사 |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후속작입니다. 사피엔스가 인간의 탄생과 지금까지의 진화 방향에 대해 다루었다면, 호모 데우스는 지금의 인간이 지향하는 방향과 앞으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이,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가게 될지를 전망해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피엔스가 대 히트를 친 이유가 인간이 뛰어나서 세상의 정점에 서게 되었다는 해석을 뒤집은 독특한 시점이었듯, 호모 데우스의 전망도 꽤나 전향적인 면을 드러냅니다.
식물도 동물도 자기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농경사회로, 가축으로 적응하게 된 것처럼 인간이 번성하기 위해 택한 전략이 ‘세상에 없는 것을 상상해서 공유하는’ 힘을 통해 당장 눈앞에 없는 가치를 위해 힘을 모으는 능력을 개발한 것이라는게 사피엔스에서의 해석이었어요. 호모 데우스에서는 종교를 만들고 제도를 구성하고 국가를 운영하는 능력이 이런 능력에서부터 시작된 것이고, 이에 따라 사람은 중세 이전에는 신과 종교를 위해 힘과 노력을 모으는 사회였고, 근대 이후로는 국가와 이념을 위해, 현대에 와서는 과학과 기술, 경제 발전을 위해 점차 다른 가치로 목표점을 변경해 오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치의 변화로 인해 신을 추종하던 인간이 이제는 과학과 기술을 통해 신체적인, 정신적인 한계를 뛰어넘고자 지속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는 것이죠. 곧, 인간이 신의 위치에 올라가고자 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지향점이란 주장입니다.
하지만 한때 인간이 목숨을 바칠 정도로 가치판단의 중심이었던 종교가, 이제는 마음의 평안을 위한 보조적인, 역사적인 가치로 변화하고 있듯이 인간이 신의 위치로 가면서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과 기술 – 곧 인공지능이 어떤 위치가 될른지가 이 책의 후반부에서 던지는 질문입니다. 과연 인간이 만들었지만 언제까지 인공지능이 인간을 서포트하는 것을 자기의 가치로 여길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이 신을 떠나 과학기술을, 인본주의를 지향했듯이 또다른 가치 – 지구보존이나 인공지능의 권리 – 를 지향하게 변화하지는 않을까.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인간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 등등의 질문을 던지네요.
당장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에 이 책의 임팩트는 전작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속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다만 그 질문의 무게는 가볍지는 않다는 생각입니다. 한번 생각해볼 만한, 앞으로 의문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시야를 제공해 주는 책이기에 읽어볼 만한 가치는 있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