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18. 커피향


커피스쿨 중급반 10주차. 상당히 기대하던 커피로스팅을 했다. 물론 큰 기계로 잔뜩 볶아내는건 아니었고, 가정용 로스팅기로 두번, 핸드로스팅으로 두번이었지만, 로스팅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던듯.

커피로스팅은 커피맛의 대부분을 좌우한다. 커피빈에서 나오는 가스 배출, 불꽃의 강도, 로스팅의 균일도, 로스팅 후의 냉각 속도 등 다양한 요소가 하나라도 부족하게 되면 아무리 이후의 추출이 잘 되더라도 결과물은 고통스러운 맛을 내게 되어버린다. 정말 잘못 로스팅된 커피빈으로 커피를 내려보았는데 그 맛이란.. 목이 한동안 칼칼해서 막 기침을 해대고 물을 마시고 했다. 단순히 가스를 덜 뽑아준 것 뿐인데 그 정도라면 다른 요소들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까.

사실 직접 로스팅할 일이야 별로 없겠지만, 핸드로스팅은 나름대로 상당히 운치있는 일이다. 비록 집에서는 로스팅시 여기저기로 날리는 커피빈 껍질 – 실버스킨이라고 한다 – 때문에 청소할 걱정때문에라도 하기 어렵겠지만, 따닥따닥 하면서 모닥불처럼 불꽃을 날리는 모습을 보면 야외에서의 캠프파이어가 연상이 된다. 그럴 기회가 있따면 모닥불을 쬐면서 머쉬멜로우 대신 커피를 볶는것도 생각해볼만.

집에 들어오니 몸에 커피냄새가 배어 향긋했다.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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