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2년 1월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6점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정성원 옮김/다른

사설 서커스에서 갇혀 지내는 고릴라 아이반과 코끼리 스텔라+루비의 이야기. 뉴베리상을 수상한 어린이용 동화이지만 성인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이야기입니다.

고속도로 한켠 쇼핑몰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소규모로 공연하는 서커스를 위해 키워지는 고릴라와 코끼리가 있습니다. 재정적인 압박 때문에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키워지는 환경도 그리 풍족하지 못해 한 마리씩만 외롭게 살고 있어서, 일부러라도 옛 기억을 떠올리지 않고 하루하루 TV보고, 가끔씩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똥덩이를 던져보고 하면서 상처가 심해져 앓고 있는 코끼리 스텔라와 이야기하고 떠돌이 개 밥과 잠을 자는 생활을 하고 있어요.

여기에 새로 들어오게 된 루비는 어린 코끼리로, 아직 고향에서의 무리생활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이 천진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 고릴라 아이반은 옛 기억을 떠올려 가며 루비를 구하기 위한, 좀더 나은 동물원이란 곳으로 보내기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합니다. 친근하게 대해주는 그림을 좋아하는 여자아이 줄리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그림을 통해 메시지를 그려 사람들에게 현상을 알리려고 하죠. 커다란 고릴라의 작은 시도가 작은 여자아이 줄리아와 쇼핑몰의 약자인 청소부의 힘과 함께 결합되어 루비와 아이반 둘을 새로운 길로 데려가게 됩니다.

나름 괜찮은 이야기였던 것 같고, 실화 바탕의 소설이기에 조금 단순한 감이 없지 않아요. 그래도 영화화가 된다면 아이와 함께 봐도 괜찮을 것 같네요. 원작은 아직 아이에게 보여주기는 조금 우울하기도 하고 쉽지 않은 책이라 좀더 있어야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아트 오브 뱅크시

뱅크시의 국내 첫 전시 '아트 오브 뱅크시'가 열린다 | 지큐 코리아 (GQ Korea)

마나님이 예매하신지 7개월만에 드디어 본 전시. 서울숲 더서울라이티움은 처음 가봤는데,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놀랐네요. 그동안 조각조각 나눠서 언론을 통해 눈에 띄었던 작품들을 (레플리카지만) 한곳에서 모아 볼 수 있는 점은 확실히 좋았습니다. 특히 벽돌이나 벽 같은 모습을 잘 재현해놨고, 실제 작품이 그려진 곳과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이 꽤 많아서 즐겁게 볼 수 있었네요.

지난번 본 투탕카멘전도 그랬지만, 작품이 진짜냐 아니냐는 어떤 시점에서는 덜 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를 보면 나름의 감동은 있겠지만, 진위를 떠나 원래의 모습이나 현지의 모습을 잘 담은 설치 레플리카도 그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공감할 수 있으면 나름 괜찮은 시도가 아닐까 싶네요. 특히 뱅크시를 대표하는 실크스크린 같은 판화야말로 그런 의미를 내포한 방식이기도 하구요.

반전, 약자보호, 코로나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소리를 내고 이를 이슈화시키는 작가의 활동을 살펴볼 수 있어 좋았고, 서울숲 전시관도 (상업적이지만) 꽤 괜찮은 공간이구나 하고 살펴볼 수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뱅크시와 함께 리히텐슈타인, 클림트 전시를 한꺼번에 운영할 수 있는 규모라니. 괜찮은 전시가 있으면 수시로 와봐도 좋을 것 같네요.

도슨트와 함께하는 '아트 오브 뱅크시' 전시회! < 보도자료 < 문화 < 문화 < 기사본문 - 국제뉴스

이터널스

Eternals (2021) - IMDb

디즈니+에 오픈된걸 보고 ‘아 이건 좋네’ 하면서 보게 된 이터널스. 그냥저냥 볼만하네 하고 있다가 이런 신작이 올라오니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터널스는 굳이 극장을 찾아서 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별 기대 없이 보니 나름 재미있었어요. 히어로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K-드라마라는 생각이 드는 스토리라인이라 생각하고 보니 딱 맞는듯.

처음 설정이 공개되었을 때 이렇게 많은 인물을 어떻게 기억하나 싶었는데, 마블이 확실히 어벤저스를 꾸리면서 캐릭터 구축은 나름 노하우를 잘 쌓아놓은 것 같습니다. 이터널스 한명한명이 빠짐없이 자기 캐릭터를 잘 만들어서 관객에게 각인시키는건 확실하네요. 제일 희미한 캐릭터가 원 리더인 에이잭인데, 이분이야 피해자니까 기억날수밖에 없고.. 분량이 작은 마카리/킨고/드루이그 또한 나름대로의 개성을 부여해서 괜찮았네요. 마카리는 이카리스와의 전투 때 보여준 스피드 액션, 킨고는 발리우드 촬영(?!), 드루이그는 숲에서의 신도(?)들 조종 같은 씬이 인상적이었어요.

K-드라마 같다고 한건 역시 러브라인 때문. 세르시는 옛 애인 이카리스와 현재 애인 데인(인간)과의 관계, 스프라이트는 이카리스를 옛날부터 짝사랑, 길가메시와 테나는 그냥 러브러브지만 테나가 불치병에 걸렸고 등등. 애증과 배신이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은 옛 신들의 이야기라도 드라마로 만들어버리는 힘이 있나봅니다. 훗.

좀 오래 하지 일찍 전열에서 이탈해버린 마동석 님이 좀 아쉽지만 다른 마블 영화들이 그랬듯 후속편에서는 캐릭터들이 좀더 활약해줬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특히 졸리 님의 테나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어요. 전쟁의 여신이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제대로 싸움을 보여준 씬이 좀 적었던 것 같아서.. 빌런으로 아노 데비안츠도 너무 쉽게 썰린 것 같아 다음에는 좀더 파워업을 보여주길.

수호자 시리즈

수호자 시리즈 세트 – 전10권10점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김옥희 옮김/스토리존

번역가 이수현 님의 블로그에서 추천글을 보고 읽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열 권을 독파하게 만드는 흡입력의 이야기였네요. 정말 강추. 신요고라는 가상의 나라에서 시작해, 로타, 산갈, 칸발 등 주변의 나라로 범위를 넓히다가 마지막은 타르슈라는 제국과의 대륙간 전쟁까지. 하지만 이 거대한 이야기의 시작은 바르사라는 중년 여성 호위무사와, 그녀가 지켜야 하는 챠그무라는 이름의 어린 왕자의 생존 분투기라는 점이 독특하고, 그 가운데서 바르사와 챠그무의 개인사와 각각의 성장이 도드라진다는 것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 다른 하나를 꼽자면 매 권 배경이 되는 국가가 바뀐다는 점. 처음에는 신요고를 배경으로 챠그무의 몸에 잉태된 다른 차원의 세계(나그유)의 알을 옮기기 위한 여정(정령의 수호자)이었다면, 다음에는 바르사의 개인사가 담긴 칸발 왕국 이야기(어둠의 수호자), 그리고 이어지는 바다의 나라 산갈(허공의 여행자)과 무서운 여신의 강림을 막아야 하는 로타(신의 수호자), 그리고 남쪽 대륙 타르슈 제국의 침략을 막아내는 과정(하늘과 땅의 수호자)이 한권 한권에서 펼쳐집니다. 마지막 타르슈 제국 이야기에서도 역시 신요고와 산갈, 타르슈, 로타와 칸발로 이어지는 여정이 다시 펼쳐지기도 하구요.

인물들도 매력적이고,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 – 국가라는 것과 백성의 마음이 어떻게 이어지는가 – 에 대한 고민도 나름 괜찮은 멋진 이야기였어요. 고고하게만 살아가는 황제보다는 자신의 손에 더러운 것이 묻더라도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느끼며 주어진 이상 그 짐을 지고 살아가려는 마음, 그런 마음을 쌓아나가는 것은 단순한 교육으로 되는 것이기보다는 하나하나의 사건을 겪어나가며 성장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주변의 마음 또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 등.. 어떻게 보면 운이 좋은 경우의 스토리겠지만 그렇기에 이야기가 되고 독자의 마음도 얻을 수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22년 초, 간만에 멋진 작품을 읽었다고 흐뭇해하며 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볼게요 🙂

손열음의 ‘커튼콜’

YES24 티켓 / 손열음의 〈커튼콜〉

지난번 손열음씨의 연주회가 꽤나 만족스러웠던 터라 마나님이 연말 공연으로 커튼콜을 예매하셨습니다. 덕분에 잘 봤어요. 손열음씨만이 아니라 플룻, 오보에, 첼로, 바이올린이 함께 하는 공연이고, (아마도) 예전 손열음씨의 방송 진행 시 초대객으로 연주했던 멤버들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었네요. 플룻의 조성현씨는 익히 알고 있었고, 불가리아(!) 출신의 스베틀린 루세브 씨는 유려한 몸짓으로 사람들을 홀렸으며, 오보에의 함경 씨는 굉장히 원숙했고 첼로의 한재민 군은 16살이란 나이답게 풋풋했습니다.

연주곡은 쉽지는 않았네요. 첫 곡인 사랑의 꿈은 매우 익숙하고 즐거웠지만 이어지는 바흐, 드링, 베버 등의 곡은 평소에 듣지 못했던 곡이라 신선하기도 하고 조금 어렵기도 했습니다. 다만 새로운 곡을 계속 시도하고 그 가운데서 즐겁게 귀를 익히는 느낌은 좋았네요. 특히 마지막 프랑크의 곡은 한명씩 각자의 악기로 편성된 악장을 연주하는 시도가 매우 멋졌습니다. 나중에 각각의 편성으로 전곡을 다 들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연말 공연을 새로운 시도와 함께 한 좋은 공연, 다음에는 2층이 아니라 좀더 가까운 자리에서 볼 수 있으면 더 좋겠네요. 즐거웠습니다.

F. Liszt – “Liebestraum” No.3
W.F. Back – Sonata for Flute and Oboe
M. Dring – Trio for Flute, Oboe and Piano
C.M.v. Weber – Trio for Piano, Flute and Cello
– Interval –
P.I. Tchaikovski – Valse-Scherzo, Op.34
C. Franck – Sonata

슬기로운 문명생활

슬기로운 문명생활 13 (완결)8점
위래/YADAM

간만에 꽤나 즐겁게 읽은 웹소설이었습니다. 문명이라는 게임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대략 들어본 느낌과 예전에 했던 Age of Empire, Black and White라는 게임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읽고있자니 상당히 재미있게 느껴진 이야기였네요.

게임에서 시작해 실제 세계를 경영하는 입장에 서게 된 플레이어들과, 이들이 선택한 새로운 세계의 각 대륙에 살고있던 종족들, 초기 시작부터 신앙을 얻고 마법을 발견하고 유적을 탐험하고 과학을 발전시키는 등 여러 발전과정 속에서 전쟁과 동맹, 그리고 최종 골을 얻어내기까지의 과정이 다이나믹한 솜씨로 펼쳐집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지 상당히 궁금했는데, 악신과 옛 신, 새로운 신들의 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전략적인 접근과 신선한 마무리까지 상당히 마음에 들었어요.

세계관을 상당히 잘 잡고 스토리라인도 흐트러지지 않게 잘 잡아낸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겁게 잘 보았네요 🙂

엔칸토: 마법의 세계

Encanto (2021) - Filmaffinity

2022년 첫 영화는 디즈니+ 덕분에 이 작품으로 낙찰되었네요. 새해 첫날 조카네와 함께 모인 김에 틀어주었더니 아이들 어른들 모두 푹 빠져서 보았습니다. 그동안 갈고닦은 디즈니의 솜씨를 마음껏 펼쳐놓은 작품인 것 같네요.

배경은 남미 콜롬비아 쪽인 것 같아요. 갑작스레 닥쳐온 전쟁을 피해 달아나던 가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할아버지의 희생으로 마법이 펼쳐져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숨겨진 마을에 마법의 집이 지어집니다. 가장인 할머니를 필두로 이 마드리갈 집안의 아이들은 마법의 힘을 부여받는데, 세 아이들은 각각 치유, 날씨조절, 예언의 힘을, 손자손녀들은 강한 힘, 꽃을 피어나게, 민감한 청력 등 계속해서 새로운 능력을 선보이고 더불어 마법의 집에 새로운 공간을 부여받습니다. 이 중 유일하게 능력을 부여받지 못한 소녀 미라벨이 집안과 마법의 위기를 맞닥뜨리면서 모두를 구원하는 이야기입니다.

남미다운 음악과 노래, 춤 사이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그래픽과 속도감이 정말 대단합니다. 지역의 특징이겠지만 강렬한 색채와 맞물려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더라구요. 아이가 할아버지 댁에서 한번, 집에 돌아와서 한번 더 보는데도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이야기였어요. 정말 디즈니+ 같은 모델은 넷플릭스와 너무 비교되서 그렇지, 한두 편만 잘 건져도 괜찮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네요. 괜찮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