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4년 6월월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10점
커피흡입기/라온EM

전생에는 재벌가 서자로 한량으로 그냥저냥 살다가 삶을 마감했지만, 편모 입양아로 회귀해서 미국 깡촌에서 자라나며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도 잠깐 관광으로만 보거나 다 큰 다음 유학가서 경험하는 미국이 아닌, 평범한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며, 한국과는 어떻게 수업 체계가 다르고 어떤 활동들이 진학하는데 평가가 되는지, 미국 지역 사회에서 봉사나 취미 활동이 어떤 의미를 차지하고 있고, 왜 그런게 중요하게 여겨지는지 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라 상당히 신선했어요. 작가님도 아마 그쪽에서 성장했거나 그쪽의 교육이나 삶의 체계를 상당히 잘 조사한게 드러나는 그런 이야기였네요.

주인공 제이든이 편모 슬하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학교에서 인정을 받아가는지, 미국 사회에서 아시안이란 존재로 차별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는지, 지역 사회에서의 활동을 통해 어떻게 인맥을 쌓아가고 친구 관계를 만들어가는지 등이 차근차근 펼쳐지며 어느새 내가 제이든과 알렉스, 마커슨과 오디, 마크와 헤나 등 제이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공부방 동아리의 일원이 된 양 몰입해서 따라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기나긴 성장기가 끝나고 마지막 권에서 공부방 친구들이 하나 둘 합격 발표를 받으며 제이든은 과연 어떤 결과를 받게 될지 궁금해지는 그런 이야기네요. 그러면서도 결과는 중요하지 않기도 하구요.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험난했던 카톡 데이터 복구기록

iMazing l Mac 및 PC용 iPhone 및 iPad, iPod 관리자. 음악과 메시지, 파일 등을 전송, 복사, 백업

우선 Thanks to iMazing.

S님이 사용중인 아이폰에서 카톡 알림이 갑자기 안온다고 해서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해결이 안되어 삭제하고 재설치한게 사건의 시작. 정말 별 생각 없이 데이터는 당연히 보존되고 앱만 재설치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카톡 재설치 후 전화번호까지 인증하고 나니 채팅과 주소록이 엄청나게 사라져버린 것. S님은 정말 중요한 데이터들, 특히 영상이나 주소록 같은건 따로 저장해놓은게 없다고 엄청 당황해하고, 나는 나대로 왜 카톡따위가 데이터를 백업해줄거라고 믿었는지 스스로 자책하고..

일단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바로 3일 전 폰 용량이 가득 차서 사진 백업하는 김에 전체 백업을 맥에 해놨다는 점. 안쓰던 아이폰6s에 이 백업을 복구해서 그쪽 카톡에서 채팅이라도 복구해서 살릴수 있지 않을까 생각중이었으나 OS버전이 맞지 않아 복구가 되지 않는다. 일단 출근시간이 다 되어 저녁때 생각해보기로.

출근해서 시간있을 때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이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는듯, 여기저기서 비슷한 글이 검색이 된다. 일단 알아낸건 다음과 같다.
1) 아이폰 백업이 있더라도 카톡이 복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인증이 풀려 재인증한 경우는 데이터가 날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음.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복잡한 메뉴를 들어가 백업을 해놔야 한다. 이 백업데이터는 14일만 보관되므로 새로 인증받고 난 경우 바로 복구를 하는게 좋다.
2) 카톡 백업은 기본적으로 채팅만 복구된다. 미디어까지 백업하려면 톡서랍플러스라는 서비스를 가입해야 하는데 이건 월 2500원의 유료서비스. 백업을 가지고 장사하다니 이런 양아치들같으니라고!-란 느낌.
3) 일단 나는 백업을 하지 않고 인증을 해 데이터가 날아간 상황. 다만 아이폰 백업이 있는 경우 iMazing이란 툴을 가지고 백업을 복구한 사례가 제법 보여 좀더 찾아봤다. iMazing은 다른 기능도 많지만, 아이폰 백업으로부터 폴더 단위로 각 앱의 데이터파일 접근이 가능하다는게 특장점. 그래서 백업 중 카톡의 Private Data 폴더를 저장해놓고, 현재 아이폰의 카톡 내 Data를 따로 뽑아낸 백업 데이터로 바꿔치기하는게 핵심이었다. 다만, 백업 내 파일 접근해서 뽑아내는 기능은 무료 버전에서 지원하지만 이 데이터를 아이폰에 다시 집어넣는 복구 기능은 유료버전에서만 된다는 점.

그렇더라도 데이터 복구업체 맡겨도 될지어떨지 모르니 그냥 내가 하는게 낫겠다 싶어 유료버전을 질렀다. 일단 복구할 폰용 라이센스를 약 5만원 정도에 구입. 그 와중에도 원화 해외결제라 카드사 제한 푸느라고 귀찮았음. 그리고 라이센스 코드를 받았는데, 맥 패스키로 인증내용 저장하는게 또 안되서 맥 재부팅하고 계정 재인증하느라 또 시간 잡아먹기도. 다행히 재부팅하니 인증은 제대로 되더라.

그리고 설치한 iMazing을 이리저리 써보는데, 사용법이 쉽진 않더라. 일단 설치 시에 내부 데이터 접근 가능하게 환경설정 해줘야하고, 메뉴명도 직관적이지는 않은듯. 그래도 그럭저럭 알아낸 복구방법은 다음과 같다 (열정대마왕님 브런치가 많은 도움이 되었음)
1) iMazing을 띄우면 기존 백업파일이 자동으로 나타난다. iMazing 내 파일 탐색기에서 Apps > AppDomain > com.iwilab.KakaoTalk > Libaray > PrivateDocuments 선택하고 mac(PC)로 내보내기해서 저장해놓는다. 이게 기존 채팅/연락처 데이터임.
2) 아이폰을 연결하고 잠금화면을 풀어주면 iMazing에 아이폰이 나타난다. iMazing 내 파일 선택하면 백업을 해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백업을 해줘야 1번에서 본 폴더구조가 나중에 나타난다. 이거 안하고 아무리 Apps에서 파일탐색기 들여다봐도 문서 폴더밖에 안나옴. 이 백업은 현재 아이폰꺼라 카톡 데이터가 날아간 상태의 백업임.
3) 백업이 다 되면 이제 2번에서 한 백업본에서 파일탐색기 중 앞에서처럼 Apps > AppDomain > com.iwilab.KakaoTalk > Libaray > PrivateDocuments로 들어간다. 여기에서 하단 버튼 중 ‘장치에 저장’을 누르고 1번에서 따로 저장해놓은 폴더 내 파일들을 선택해서 기존 파일에 덮어쓰기를 한다. 그러면 변경 가능한 사본을 생성하겠냐고 묻는데, 그러겠다고 한다.
4) 그러면 3번의 백업본 대신 신규로 변경 가능한 사본 백업이 다시 생성된다. 확실히 하기 위해서 파일 탐색기로 다시  Apps > AppDomain > com.iwilab.KakaoTalk > Libaray > PrivateDocuments로 들어가 덮어쓰기한 파일들이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왼쪽의 메뉴 중 툴>복원을 선택
5) 복원 툴에 들어가면 데이터, 앱을 선택하도록 되어있는데, 데이터는 기존 상태대로 전부. 앱은 카카오톡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다 제외. 그리고 복원을 진행한다. (이러는 이유는, 앱을 전부 선택하는 경우 십중팔구 용량이 모자라 복구가 중단된다. 데이터를 제외하면 나중에 복구된 폰을 보면 아이폰 기본앱의 데이터 – 메시지나 연락처, 메모 등이 깡그리 사라짐. 해봐서 안다 -_-)
6) 복원이 완료되면 폰의 시작하기를 누르고 애플 계정을 다시 입력해야 한다. 초기설정 후 카톡에 들어가보면 날아갔던 데이터가 다 다시 들어와 있을거임.

이런저런 닭질을 한 덕분에 총 복원시간은 3시간쯤 걸린듯. 그래도 데이터가 모두 잘 복구되어 다행. 나도 S님도 맘고생 하루하고 해결되어 모두 다행이었다. iMazing 정말 유료라도 충분히 가치있는 툴이었음. 안아까왔다.

나인

나인 (양장)6점
천선란 지음/창비

천선란 님의 장편SF입니다.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는데, 아직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어 집어들었는데 약간은 청소년 성장소설같은 느낌에 출생의 비밀, 살인사건, 친구들과의 우정, 과보호 가족 등의 이슈가 드러나있는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한 챕터 한 챕터씩 나아가는게 조금 힘겨운 느낌이기는 했네요.

나인은 미혼인 이모와 오염된 땅을 재생시킨 식물원을 가꾸면서 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입니다. 미래와 현재라는 두 친구가 절친이고, 태권도를 잘 하는 당찬 소녀에요. 어느 날 우연히도 실제인지 환영인지 모를 승택이라는 한 소년을 산에서 만나게 되고, 그 가운데 태권도학원에 다니다가 가출한 어떤 선배가 사실은 친구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걸 알려준건 누군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어떤 나무가 말해준 것이라는게 특이한 일이었지요. 사실 나인은 식물에서 태어나는 외계인이었는데, 지구로 이동해와 정착한 외계인의 핏줄이었다는 것. 이모는 외계인들 사이에서도 지구인에게 섞여살기를 원하는 별종이었고, 승택은 점점 줄어드는 아이 중 자신과 다르게 건강한 나인이 궁금해져 종종 찾아오곤 했다는 겁니다. 이런 이모와 친구들, 승택 사이에서 살인사건의 진상도 알리고 자신의 정체성도 찾고자 하는 행보가 이 소설의 이야기입니다.

전반적으로 세세하고 침착한 묘사가 돋보이는 이야기였고, 인물들의 고민도 사춘기답게 다양하기도 하고 때로는 심각하기도 한 그런 내용이었어요. 정신없이 사건에 빠져들기보다는 한발짝씩 담담히 사건의 진상을 향해 걸어가는 그런 느낌이었네요. 왠지 작가님이 그런 성격이 아닐까 한번 짐작해 보게 됩니다. 언젠가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한번 봐야겠네요.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 촌구석 목장에서 힐링합니다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9 (완결)6점
모옹깡/문피아

심심풀이로 읽기에 좋은 퇴마 BJ 이야기였네요. 슬슬 더워지는 계절에 보면 싸한 기분과 함께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사이다 사건 해결도 종종 있어 즐겁게 봤습니다.. 만, 갑자기 BJ방송을 하던 분이 국정원에 합류하더니 사건 하나 해결하던 중 순식간에 그렇게 잘먹고 잘살았습니다로 연재종료. 뭔가 외압이 있었는지 뷰 수가 안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던 사람 입장에서는 머엉 하더군요. 뭐, 그렇다는 이야기.

촌구석 목장에서 힐링합니다8점
진키/아르데오

반면에 목장에서 힐링한다는 이야기는 흐뭇하게 마수들과 마법 생명체들을 길들여 오순도순 즐겁게 살다보니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라서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시작도 흥미롭고 슬라임도 귀엽고 나도하나 가지고싶고 사신수도 즐겁고 온천도 좋겠고 한 이야기라 200화가 너무 짧은 느낌이었네요. 별점 더 줄까 했는데, 그러기에는 메시지가 좀 약한 감이 있어 일단 이 정도로. 뭔가 읽을거리로 힐링이 필요하다면 강추하고픈 작품입니다. 즐거웠어요~

살짝 욕심이 생겼어

살짝 욕심이 생겼어4점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김영사

있으려나 서점으로 유명한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일상에서의 아이디어와 생각들, 그리고 스케치를 엮은 수필같은 이야기입니다.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생각이 깊지 않고 순간순간 스쳐지나가는 장면을 캐치한 그림, 그리고 그에 관련된 작가의 생각을 가볍게 읽을 수 있었어요. 다만 그 생각이 찰나적이기에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살짝 스쳐지나가고 마는게 단점이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생각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독자가 있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게 내가 아닐 뿐. 그렇더라도, 슬슬 넘기며 순간순간 피식 웃으며 볼 수 있었습니다.

벌거벗은 패션사

벌거벗은 패션사4점
프레데리크 고다르.조에 투롱 지음, 이진희 옮김/그림씨

도서관에서 눈에 띄어 집어든 책입니다. 만화 스타일로 패션의 지향점의 변화와 현재의 과제를 짚어주는 책이라고 생각되어서였는데, 솔직히 기대에는 못 미쳤네요. 마리 앙트와네트의 궁중 시녀 (혹은 의상 코디네이터)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 왜 거기서 시작하는지 충분한 설명이 없고, 그 이후로도 중요한 패션 디자이너보다는 오트 쿠튀르의 변화, 스타일의 정의, 현대 패션의 지향점 및 과제 등에 관한 이야기가 뜬금없이 휙휙 지나갑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근현대 디자이너의 이야기나 지향점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거나, ‘남들과 달라보이는 것을’ 지속적으로 찾는 일이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할 뿐이네요. 책을 보고 나서 무언가를 얻었다기보다는 뭔가 휙휙 겉핥기로 지나가버려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건 처음인듯.나중에 제대로 된 패션사를 한번 천천히 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네요.

상어가 빛날 때

상어가 빛날 때 (블랙 에디션)8점
율리아 슈네처 지음, 오공훈 옮김/푸른숲

해양생물학자가 자신의 연구분야를 가장 중점적인 테마들을 중심으로 소개한 책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딱딱한 학술서적이 아니라, 의외로 형광물질이나 바이러스, 진화 등 굳이 해양생물학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친근한 주제도 있고, 공해나 미세플라스틱 등 환경적인 이슈, 그리고 돌고래의 소통이나 상어의 피부에 대한 이야기 등 미처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담겨 있어요. 생각보다 해양생물학이 연구할 게 많기도 하고, 심지어 바다에 대해서는 우리가 화성에 대해서보다 아는게 적다는 사실도 놀라왔네요. 화성의 지형은 고해상도 카메라로 찍으면 바로 알 수 있지만, 바다는 물을 투과해야 하기 때문에 위성으로 찍더라도 5km x 5km 정도의 해상도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침몰한 배를 찾거나 실종자를 찾는것은 너무 어렵고, 해양생물을 추적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는 것도 의외였어요.

단백질에 표지를 남김으로써 형광물질로 그 자취를 추적하는 기술이 산호나 연체동물 등의 형광물질에서 비롯되었다는 점도 새롭게 알았고, 돌고래가 생각보다 지능이 높으면서 어떤 기관을 이용해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등도 세세하게 설명이 들어가 처음으로 알게 된 점도 많았구요. 도서관에서 열심히 빌려 급하게 봤는데, 밀리의 서재에도 있는걸 나중에 알게 되어 필요할때 천천히 관심있는 부분을 다시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학문 분야에 대해 관심이 생긴 것은 오랜만이네요.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