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닉 – 배명훈 지음/북하우스 |
비밀요원으로 활동하다가 휴식기를 가지던 주인공의 시점에서, 주인공이 어릴적부터 좋아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인 김은경이 미끼가 되어 핵으로 추정되는 전략무기를 가져가고자 하는 미상의 조직들 간에서 벌어지는 다툼을 묘사한 SF입니다. 그 가운데 각종 정보를 천재적인 네트워크 정보조직을 통해 분석하고 가이드해주는 죽었다고 추정되던 친구 조은수가 등장하고, 조은수의 덕분에 네트워크에서 주인공의 취향과 성격을 통합 분석해서 카게무사같은 자취로 여러 곳에 흩뿌리는 디코이의 능력으로 추적을 피해가는 주인공의 행보를 따라가지요. 그 가운데 등장하는 전략무기는 거대한 전략 핵무기라기보다는 반대로 너무나 조그마해 보이지 않는 어떤 비행체이며, 이를 조종하는 컨트롤러는 눈동자에 씌워지는 렌즈같은 느낌의 생각 외의 기기들입니다. 하지만 이 컨트롤러에는 조종자의 이면의 인격을 드러내고 조절하는 생각 외의 작용도 있는데, 이게 사건 전개에 새로운 실마리가 되지요.
배명훈님의 작품인 만큼 이런 복잡하게 꼬인 설정들을 이해해가는 한편, 체코의 스산하고 살을 파고드는 추위를 느낄 수 있는 묘사를 함께 견뎌야 한다는 점을 즐길 수 있다면,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반면에 그만큼 접근성이나 스토리에 빠져드는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작품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스릴러는 취향에서 좀 벗어나는터라 잘 맞지는 않았습니다만, 작가님이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데는 동감입니다. 새로운 작품을 경험하는 재미는 확실히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