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즈 보르코시건: 마일즈의 유혹, 남자의 나라 아토스, 무한의 경계, 전장의 형제들, 미러 댄스 –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유정아 옮김/씨앗을뿌리는사람
예전에 두 권으로 발간되었을 때는 스토리가 약간 널뛰기하는 느낌이었던데 반해, 이번에 발간된 연대기순 시리즈는 인물이나 사건의 흐름이 서로 연관되어 상당히 탄탄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세타간다와 바라야 간의 적대감과 그 사이에서 암약하는 덴다리 용병대, 그 가운데 살짝 등장하는 지구, 그리고 온갖 사건들이 벌어지는 잭슨스 홀. 처음에는 정신없던 성계의 모습이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친근해지더군요.
마일즈의 유혹은 호트와 겜이라는 세타간다의 지배구조를 소재로 해서 흥미로운 살인사건과 그 가운데 엮인 음모에서 벗어나려는 마일즈와 이반의 활약을 보여줍니다. 마일즈는 호트의 한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이지요. 한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권력과 외교전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지루할 새 없이 진행됩니다.
남자의 나라 아토스는 약간은 외전같은 느낌으로, 엘리 퀸과 남자만 사는 행성 아토스에서 번식(?)을 위한 중대한 임무를 띄고 파견된 에단 박사, 그리고 그 사이에 엮인 세타간다 조직간의 암투가 펼쳐집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사건에 휘말리는 에단 박사의 어리버리함이 재미를 주고, 후반에 가서는 오히려 사건 해결과 본인의 임무를 초과달성(!)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게 의외로 만족감을 주는 한 편이네요.
무한의 경계는 슬픔의 산맥, 미궁, 무한의 경계라는 세 편의 이야기의 묶음입니다. 솔직히 슬픔의 산맥과 미궁은 조금 지루했지만 무한의 경계는 한 행성 내 아무것도 없는 감옥이라는 황당한 상황 하에서 기막힌 탈출을 주도하는 마일즈의 전략이 돋보이는 한편입니다. 슬픔의 산맥은 조금 단순한 추리소설이라는 느낌이고, 미궁은 약간은 억지스러운 구출 작전이라는 느낌이랄까요 – 아무래도 마일즈가 주도한게 아니라 보안사에서 의뢰한 작전이라는 부분에서 긴장감이 덜해져서 그런 것 같네요. 하지만 미궁이 이후 전장의 형제들 / 미러 댄스로 이어지는 잭슨스 홀에서의 활약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장의 형제들은 그간 덜 중요시되었던 코마르라는 행성의 반란세력이 소재가 됩니다. 몰래몰래 준비한 마일즈의 복제인간이 등장해 마일즈를 위기에 빠뜨리지만, 오히려 그 복제형제에게 새로운 인격과 자리를 마련해주는 마일즈의 포용성이 돋보이네요.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조금 늘어집니다). 미러 댄스는 이 연장선상에서 마크라는 이름을 받은 복제인간이 자신과 같은 다른 복제인간을 구하고자 하는 활동 중 실패하고, 오히려 마일즈까지 사망하는 위기가 닥칩니다. 더구나 배경은 온갖 음모와 적들이 가득한 잭슨스 홀이라는.. 그럼에도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마크 보르코시건의 모습이 마음에 드네요.
국내 번역판/ebook으로 출간된 분량까지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다음 권은 언제쯤 나올지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