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 정유정 지음/은행나무 |
본래 스릴러는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정말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꼽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어둑어둑하고 칙칙하고 끈적끈적한 배경과, 살인 / 음모 / 미스테리가 결합된 배경은 정말 떠올리기 싫은 감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차마 눈을 떼지 못하고 생각이 자꾸만 그쪽을 따라가 책장을 넘기게 되는 그런 기분… 이런게 몰입감인가 싶을 정도로 한 권을 뚝딱 읽어버렸네요.
한국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배경 – 시골 마을이라 사람들이 서로를 뻔하게 알고, 외지인을 배척하고, 그래서 서로서로 사건이나 불미스러운 일을 숨겨주는 – 은 너무 싫어하고 기분나쁘게 생각하는 터라 시작점이 딱 그런 호수변의 산골 마을이란걸 알고 덮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가정내 폭력이란게 소재로 더해져 그 기분이 더했어요. 하지만 한 묶음의 원고가 소년에게 도착하면서 본격적으로 ‘그 날의 상황’이 펼쳐지기 시작하니 더이상 저항하는게 불가능하더군요. 그 질주하는 느낌이란..
사건 현장의 구조, 그리고 각종 소품이나 건물, 창의 배치, 뇌리에 박히는 소품의 묘사 등등 이야기 뿐만 아니라 소설을 이루는 모든 것이 7년간을 쫓겨다닌 소년의 뒤를 따라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 마치 예술같이 맞아떨어집니다. 꼭 스릴러 팬이 아니더라도 한번 읽어보면 기억에, 마음에 남을 만한 한 편이라는 생각입니다. 소년도, 소녀도, 그리고 아저씨도 모두 이제는 행복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도 절로 떠오르는 이야기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