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정의 –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아작 |
아작출판사를 통해 접하게 된 새로운 SF시리즈입니다. 인기있는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이야기에 이번 구입한 책 세 권 중 처음으로 집어들었는데, 생각보다 무게있는 주제에 탄탄하게 전개되는 스토리가 꽤나 마음에 들었어요.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 캐릭터들의 생동감 등 모두가 상당한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함선 저스티스 토렌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이 장교 및 함선을 서포트하기 위해 운용하는 다수의 보조체, 그 가운데 혼자 남게 된 제1에스크라는 보조체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에요.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 주인공인 셈인데, 이 제1에스크가 수행하던 오온 대위가 모종의 사건에 휘말리고, 이를 주도한 제국의 지배자인 아난더 미아나이에게 복수를 꿈꾸며 겪는 사건이 펼쳐집니다.
2천년간 살아오며 자신이 수행하던 장교/인간들에게 애정을 가져온 함선, 3천년간을 살아오며 소위 ‘큰 관점’에서 제국을 이끌어오는 아난더 미아나이, 이 두 대척점이 부딪치면서 과연 인공지능이 더 인간적인지, 지배자 혹은 제국 자체가 얼마나 비정한지, 그리고 흑백이 아닌 관점에서 어떤 출구가 있을지를 고민하게 해주는 소설이네요. 생각할 거리가 있는만큼 읽고 나서 뿌듯하고, 다음 편에 대해서도 계속 관심이 갑니다.
후편에서도 제1에스크, 혹은 브렉이 계속 주인공일지, 아니면 또 다른 측면에서 다른 인물이 이야기를 이끌어 갈지 또한 궁금하네요. 제국의 다른 영역, 그리고 미지의 외계인 세력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묘사될 것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