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 김시덕 지음/메디치미디어 |
짧은 시간에도 너무 재미있어서 후루룩 읽어버린 역사서입니다. 저자인 김시덕 님은 문헌학자로, 기존 사학과는 다른 여러 가지 문헌의 내용뿐만 아니라, 문헌의 독자층, 간행의도나 시대상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며 여기서 더 나아가 국가들간의 관계와 교류 등도 함께 책에서 서술하고 있어요. 그래서 기존에 배워오거나 접해온 역사와는 다른 관점의 이야기들을 살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더구나 국사나 세계사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만주 지역과 연해주, 사할린 등 북쪽지역과 타이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까지 엮이는 스토리가 새롭게 다가와 읽으면서 상당히 즐거웠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16세기의 임진왜란의 여파. 임진왜란 때문에 조선이 북쪽 국경의 주력군을 남하시키면서 그동안 견제해온 여진족을 방치하게 되고, 그 사이 누르하치가 금을 건국하게 되었으며, 하필 이 때 얼마 안되어 이자성의 난이 일어나 북경이 함락되고 권력부재상태가 되어 산해관을 지키던 장수가 금에 투항하면서 손쉽게 국경을 통과해 북경을 점령하게 되었다는 사실. 게다가 여기서 밀려난 한인들이 남하하면서 타이완까지 건너가 타이완에 국가를 수립하는 이야기까지. 정말 나비효과란게 이런거구나 싶을 정도였네요.
그 밖에도 개항시기 일본에 네덜란드가 많은 영향을 끼친 원인이라든지, 동아시아 개항시기 여러 서구 국가들간의 견제 구도, 러시아의 남하와 여기에 엮여있는 조선의 파병 활동, 그리고 당시의 국가간 표류자 송환 체계 등등 역사서에서 보기 힘들었던 주변부의 상황을 볼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구도로 소외된 지역의 중요한 이야기들을 지도로 본 아틀라스가 동아시아판으로 좀더 자세히 펼쳐졌다는 느낌이었네요. 그리고 김시덕님의 다른 이야기들도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번에는 일본인 이야기를 찾아볼까 하고 있습니다. 간만에 마음에 드는 책을 하나 만나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