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피드의 날 – 존 윈덤 지음, 박중서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
드디어 몇달간 읽던 책벌레의 하극상 웹연재본을 끝내고, 다른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미뤄두고 있던 트리피드의 날을 설을 맞아 집어들었네요. 어릴적 문고판으로 읽던 이야기를 완역본으로 보니 어렴풋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펼쳐진 유성 쇼, 거기서 나온 방사선의 영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시력을 잃은 세상을 배경으로 사고로 인해 눈 치료를 마치고 붕대를 풀고 나와 비상사태를 맞닥뜨리게 된 주인공과, 자원 재배 측면에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키워지고 있던 걸어다니는 식물 트리피드가 반대로 사람들을 공격하며 주도권을 쥐게 된 상황 속에서 좀더 바람직한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가는 이야기였네요.
어릴적 읽을때는 상당히 흥미로운 재난물이었는데, 지금 읽어보니 의외로 요즘 창궐(?)하는 좀비물과 매우매우 비슷한 면모를 보입니다. 좀비의 습격 속에 생존하는 기술을 익혀나가는 모습은 ‘나는 전설이다’의 윌스미스가 떠오르고, 좀비를 자원으로 쓰면서 좀비보다 무서운 사람들의 폭력성을 표현한 워킹데드의 모습 역시 이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었구요. 이런 재난물, 아포칼립스적인 이야기들은 이 작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런 류의 재난물은 정신건강에는 그리 좋지는 않은것 같아요. 희망보다는 어쩔 수 없이 물결에 쓸려다니고 그런 가운데서 조그만 희망이라도 붙잡아보려는 흐름을 따라가는게 이제는 좀 읽기 힘드네요. 아무래도 현실이 코로나 하에서 생존해나가는 상황이다 보니 그런듯. 다음 작품은 좀더 신나게 읽을 수 있는 것으로 선택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