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황매(푸른바람) |
19살의 어린 작가 와타야 리사의 소설입니다. 작가의 나이나 표지의 그림을 고려해볼 때, 학교 배경의 이야기가 되리라 생각했었는데 역시 그렇군요. 아무래도 글이라는 것이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에 작가의 경험을 벗어나는 이야기는 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뜻밖에 사회나 역사에 관한 심각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면 오히려 작가를 의심하지 않았을까 싶군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인간관계, 특히 친구관계에 대해 열병(냉병?)을 앓고 있는 하츠가 주인공입니다. ‘등짝’의 주인공 니나가와, 중학교 시절 단짝 키누요와 서클 사람들 사이에서의 고민이 차근차근한 묘사로 서술됩니다.
사춘기 학생의 성장 소설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평생을 두고 하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어떤 직장에 가든지, 어떤 모임에 소속되던지 무심결에 하츠같은 생각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걸 느낄 때가 많거든요. 사실 그런 행동에 특별히 잘못된 점은 없지만 그만큼 잃어버리는 것도 많아집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란 어떻게 보면 너무나 가식으로, 다른 면으로는 그런 가식같은 노력으로 서로의 관계를 쌓아나가는 것이죠. 소설에서는 명확한 결론은 내리지 않습니다만, 차가운 벽을 쌓아두고 있떤 하츠의 주위에 조금씩 여러 관계를 만들어주고, 하츠의 갈등과 고민을 슬쩍슬쩍 보여주면서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그런 가능성이 생겨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니까요. 예전에는 이런 결말이 답답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마음에 듭니다. 그런걸 보면 저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것 같군요.
너무 얇아서 장편이라기보다는 중편소설쯤 되고, 체가 찬찬한 느낌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학창생활로 돌아가고 싶다는 느낌도 들고 좋군요.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