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주말에 본건데.. 어찌어찌하다보니 한주가 휘리릭 지나가버렸다. 가네시로 카즈키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사실 2001년작. 재밌다는 말을 듣고 봐야지 하다가 어느새 내려버린지라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째어째 이제서야 보게되었네.
결론은.. 재밌다. 물론, 그 사이에 원작을 읽기도 했지만, 그걸 떠나서라도 상당히 유쾌한 영화라는건 틀림없다. 일본에서 사는 한국인 2세의 이야기라고 하면 너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유쾌한 청춘물이라기에는 어두운 느낌이랄까. 딱 그렇게 중간쯤 걸쳐있는 존재인 스기하라와 가족들이랄까 – 아버지는 은퇴한 복싱선수에 전당포 주인, 어머니는 여행과 낭만을 좋아하는 독립을 꿈꾸는(?) 아줌마. 여기에 엮여드는 한국인 친구 정일, 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만나게 되는 여자친구 사쿠라이가 주요 인물들.
여행을 가려는 부모님 때문에 북한 국적을 버리고 남한 국적으로, 그러면서 한국계 학교가 싫어 일본인 학교에 가고 그곳에서 좌충우돌하는 스기하라. 어쩌다 친하게 된 한량 친구의 파티에서 만난 사쿠라이와 얼떨떨하게 만나 연애 시작, 그리고 국적문제로 갈등. 어머니의 황당한 가출과 낙심한 아버지와의 한판 싸움 등 상식을 벗어난 전개가 정말 유쾌하게 그려진다. 하긴, 가장 뒤통수를 친건 정말 번듯하고 성실한 친구의 죽음이었지만.. 거기서 그렇게 진행될 줄이야.
어쨌건간에, 국적도 그대로고 사람들도 그대로지만, 모두들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성장하고 조금씩 변해간다. 어쩌면 상처가 아무는 와중에, 아픔을 견디는 동안에 조금씩 성숙하는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이란 다 그렇게 사는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화끈하게 소리지르고 분노를 토해내면서 해피하게 내일을 맞이하는 스기하라가 마음에 드는,
그런 영화다.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