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의 사랑을 그린 영화. 소문으로는 많이 들었는데 직접 보기까지 한참 걸렸네요. SF이기도 하면서 로맨스이기도 한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입니다. 이혼을 앞둔 편지 대필 작가 테오도르가 우연히 새로운 인공지능 컴퓨터 운영체계인 OS 1을 설치하게 되고, 사만다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Siri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것처럼 메일과 파일을 정리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정도였지만 점차 테오의 감정과 공감해주고 이야기해주면서 감정을 가지게 되어요.
하지만 서로 다른 종 간의 사랑이 그렇듯 둘 간의 관계는 깨어질 가능성을 갖고 시작합니다. 환타지에서 엘프와 인간, 혹은 인간과 천사의 사랑에 대한 전형적인 설정에서도 그렇듯 서로 다른 생각의 속도 (한번에 한가지 vs. 한번에 수백가지), 서로 다른 수명 (8~90년 vs. 무한대), 그리고 이해해주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과 본인의 심리적 갈등이 어김없이 이야기됩니다.
스파이크 존스 감독은 어느정도 열린 결말로 명확한 이야기를 더 끌고 들어가지 않은 채로 마무리를 했지만, 다양한 갈등이나 문제를 이후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 몇 달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상황이 몇 년 / 몇십 년씩 이어지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인간이란 종이 과연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까지도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SF계에서 던져둔 화두를 한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야기의 장을 펼쳐준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나름 흥미로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