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

저주토끼 (리커버)6점
정보라 지음/아작

언젠가 한번 읽어봐야지 하다가 부커상 후보로 지명되면서 + 회사의 밀리의서재 지원이 시작되면서 쓱싹 읽어버렸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스토리라인 구성이 정말 재미있고 깔끔하다는 느낌이었지만, 개인적으로 호러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그닥 몰입하지는 못했네요.

전반적으로 한번 읽고 ‘아 이런 스토리였구나’ 하고 넘겼으나.. 환타지스러운 소재와 이야기가 독특했던 흉터 (까마귀 괴물과 제물로 바쳐진 아이),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사랑에 빠진 사람의 저주를 풀기 위해 사막을 건너가는 왕녀) 이야기는 장편화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좀더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든 이야기는 힘이 있으니까요.

다음에는 정보라 작가님의 장편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녀를 만나다’ 라든지? 장르도 잘 선택해서 말이지요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8점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곰출판

상당히 독특하면서 흥미로운 독서였습니다. 살다보면 별별 책이 다 베스트셀러가 되는걸 보기는 하지만서도, 그런 책들은 보통 흡입력이 엄청나거나 손을 뗄 수 없다거나 하는 경우가 보통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분명히 보통의 학술서적이나 자서전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게, 쉽게 읽히거나 빠져들거나 하지는 않지만 몰랐던 사실을 제시하는 방식이나 자신이 자료를 조사하면서 겪은 감정의 담담한 서술,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한 것을 깨뜨리는 학계의 진실 등이 후반에 펑펑 터져나오면서 느끼는 쇼크가 간만의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게 아닌가 싶네요.

우선 묘사되는 이야기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생소한 인물에 대한 묘사. 어릴 적 자라온 환경이야 위인전스러운 묘사라고 하지만 어찌보면 찐따같은 소년이 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고 사명감을 가슴에 새겨가며 어류의 채집과 학명 부여, 그리고 계통 분류를 이뤄가면서 스탠포드 총장을 역임하는 자리에까지 오른 스토리였네요.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새로운 인물 소개로 생각했습니다만..

다음에 이어지는건 이 사람의 음모와 흑역사. 스탠포드 대학의 창립자 부부와의 갈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합법적인 행동, 그리고 독선. 또한 자신의 믿음을 과신한 나머지 우생학의 주창자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가두고 강제 수술까지 시킨 비인간적인 백인우월주의자의 모습은 쇼킹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이 사람이 평생을 두고 진행한 어류 계통도의 결정적인 오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를 그제서야 알게 되는 이 이야기는 정말 충격이었네요. 모두가 그렇다고 알고 있는 사실이 사실은 다수의 믿음에 의존한 취약한 이야기였다는건 많이 있었지만, 어류라는 계통 자체가 그렇다는 것은 정말 신기하고도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한 권의 책을 통해 뒤늦게 알려질 내용인가 하는 것은 정말.. 신기하고도 섬뜩하네요.

과연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사실 중 실제로 그렇지 않은게 얼마나 많이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독서였습니다. 재밌었네요 🙂

메이의 새빨간 비밀

메이의 새빨간 비밀 디즈니 플러스 픽사 애니메이션 리뷰

너무나 유쾌한 픽사 최신작.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심리 변화와 친구 관계, 아이돌 팬덤 같은 또래 문화와 부모님과의 관계 재설정 등의 소재를 너무나 잘 버무려놓은 수작입니다.

엄마의 좋은 딸로 학교에서는 모범생이고 부모님이 관리하는 사당 관리 및 관광 홍보 등을 돕는 모범적인 딸 메이는 학교에서 친한 친구들과는 노래와 아이돌을 좋아하는 8학년입니다. 하지만 공부에 올인하는 엄마는 딸 또래의 문화는 쓸데없는 것이라 치부하고 그 모두를 잘못된 것이라 치부하곤 하죠.

그런 어느날 사당에 모신 빨간 레서팬더(!)의 혼이 메이의 안에서 깨어나 메이를 커다란 (귀여운!) 래서팬더로 변신시킵니다. 알고보니 엄마의 모계 핏줄이 대대로 팬더의 영을 가둬온 것. 메이는 래서팬더의 혼을 봉인하는 날과, 너무나 기대하는 아이돌의 콘서트 날짜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며 점차 쫓아내고 싶었던 래서팬더의 존재를 두고 갈등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간 픽사나 디즈니에서 메인이었던 서구권 문화를 벗어나, 아시아계의 특성과 스토리라인을 잘 이끌어낸 재밌는 이야기네요. 캐릭터도 마음에 들고, 중간중간 나오는 음악이나 춤도 상당히 즐거웠어요. 좀더 기대해본다면 메이 주연의 히어로물이 만들어질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식탁 위의 한국사

식탁 위의 한국사8점
주영하 지음/휴머니스트

SNS에서 보고 관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빌려보게 된 책입니다. 상당히 학술적인 접근으로 우리들이 ‘한식’ 혹은 ‘전통 먹거리’ 라고 알고 있던 메뉴들의 기원을 찾아보고, 그 대부분이 20세기 이후 다양한 정치역사적 상황 하에서 정착된 것이라는 사실을 풀어내고 있어요. 사실 식사를 돈 받고 판다는 개념 자체가 어느정도 인구의 이동량을 전제로 하여 성립되는 사업이라, 조선시대에는 일부 계층만 수요가 있었기에 주막 등에서 국밥 정도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고 하면, 근세에 와서 상업과 기술의 발달, 그리고 일제하에서의 식재료의 이동과 수탈, 전쟁으로 인한 식품 확보, 세금을 거두기 편리하기 위한 생산자의 제한 등의 환경과 이로 인한 현재의 모습 등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가장 단순하게는 축산(소,돼지,닭 등)의 기업화로 다양한 고기가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육개장, 삼계탕, 설렁탕, 갈비 등이 대중화되는 모습, 중국에서 전래된 호배추와 당면 등이 기업화되어 생산되면서 달라진 김치와 잡채의 모습, 고급 메뉴에서 대중 메뉴로 변화한 순대, 식생의 변화로 재료가 바뀐 과메기(청어→꽁치), 예전과 맛이 달라진 간장과 소주 등 새로운 사실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다만 그만큼 두꺼운 분량을 각오해야 하기도 하구요.

생각해보면 부모님 세대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세상은, 고급 식당은 요리옥(요정이라고도 했던)이 있었고, 식재료는 대표 브랜드/기업(샘표간장, 해태제과, 등)이 있었으며 늦은 근무 후에는 대폿집에 가서 특정 회사의 주류 (OB맥주, 진로소주 등)을 즐기는 생활이었어요. 그 기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고, 현재 변화중인 세태 (프랜차이즈 빵집, 치킨, 커피 등)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생각해보게 해주는 책이었네요. 조금 더 생각해보면 식탁 위의 세계사도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일 것 같은데, 그런 책이 있을지 함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뮤지컬 라이온 킹

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 (Musical The Lion King)

아이가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들어갔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대 만족이었네요. 예술의 전당 무대와 잘 어우러지는 공연이라 매우 좋았습니다. 예전 본 적이 있어서인지 다양한 동물의 표현에 감동받아야 하는(?) 초반은 약간 지루한 듯 했는데, 역시 물소떼의 질주와 무파사의 죽음이 전반부의 압권이라 지루함을 싹 날려버리는군요. 자주의 캐릭터도 재미를 더해주는 감초같은 역할이기도 했구요. 후반은 역시나 품바와 티몬의 코믹 연기가 역시 좋았고, 한국에 맞춰 중간중간 들어간 애드립도 즐거웠네요. 갑자기 튀어나오는 ‘안녕하세요’ 뿐만 아니라, 아리랑과 겨울왕국 렛잇고 애드립을 아이가 가장 좋아하더군요.

이번에 공연한 배우 중 스카가 정말 큰 키와 멋진 체격으로 가장 눈에 띄었던 것 같습니다. 무파사와 닐라도 멋진 노래솜씨를 보여줬고, 심바도 괜찮긴 했지만 다른 배우들에 비해 성량이 좀 딸리는 것 같아 조금 아쉽긴 했네요.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본 라이온 킹 공연은 예전 기억에 비해 많이 즐겁게 본 것 같아요. 더불어 아이가 매우 좋아했기에 상당히 만족스러웠네요 🙂

코로나이긴 해도 제한을 많이 완화해줬는지, 조건부 좌석이 다 풀려 관객이 가득한 공연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간만이긴 한데, 오미크론 확진자가 20만에 달하는 지금 시점에 약간 우려스럽기도 했네요. 별일 없길 바라며.. 한동안 조심해야겠습니다.

뮤지컬 라이온 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