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ing Dvořák – 드보르자크 서거 120주년

함신익과 심포니송, 드보르작 서거 120주년 기념 공연

간만의 클래식 연주회였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 다음 곡 중 하나로 드보르작 9번 ‘신세계로부터’ 4악장을 연습하고 있는데, 마침 지휘자님이 좋은 공연이 있다고 함께 보면 어떨까 하셔서 멤버 중 10여명이 모여 가게 되었네요.

첫곡인 로망스는 처음 들어봤는데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잔잔하면서도 마음을 편하게 하는것이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할 때 들으면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두번째 곡은 드보르작에서 영감을 얻은 현대작곡가의 곡 초연으로, 함신익 지휘자님과 심포니송에서 위촉한 곡으로 연주 전에 설명을 많이 해주시더군요. 처음으로 공개하는 곡의 초연은 이렇게 이루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곡은 현대곡답게 어렵고.. 신기했다고나 할까요? ㅎㅎ

그리고 기다리던 교향곡 9번. 아, 정말 잘합니다. 유명한 곡이기도 하지만 직접 연습하고 들어보니 악절 마디 하나하나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데, 기본적인 연주 속도부터가 틀리고 연주자들의 손길에 머뭇거림이 없어요. 이런게 프로구나 싶었습니다. 연습하는 곡을 현장에서 들어보는 경험은 처음인데 정말 좋은 경험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앵콜곡은 슬라브 무곡 8번, 신나게 들었습니다.

덕분에 좋은 경험이었고, 즐거운 롯콘 나들이었네요. 감사합니다~

[Program]
Antonin Dvorak(1841-1904) : Romance for Violin and Orchestra in f minor, Op.11
드보르자크 :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망스 바단조, 작품번호 11

Deqin Wen(B.1958) : Symphony No.1 “Paraphrasing Dvorak”(World Premiere)
드칭 웬 : 교향곡 제 1번 드보르자크를 기리며(세계초연 위촉곡)

– Intermission –

Antonin Dvorak(1841-1904) : Symphony No.9 in e minor, Op.95 “From the New World”
드보르자크 : 교향곡 제 9번 마단조, 작품번호 95 “신세계로부터”

[앵콜곡]
– Dvorak / Slavic Dance Op. 46 No. 8

경성 맛집 산책

경성 맛집 산책8점
박현수 지음/한겨레출판

예전 재미있게 읽었던 식탁 위의 한국사와 비슷한 감각으로 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해서 도서관에 눈에 띈 김에 바로 빌려보았습니다. 식탁 위의 한국사가 조선 말기의 느낌이 강하다면 이 경성 맛집 산책은 일제시대, 특히 당시 서울 시내의 주요 식당 중심으로 1920~30년대 유행했던 메뉴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당시 사료와 소설, 삽화 등을 배경으로 당시의 외식 문화를 살펴보는 형태라 특이하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일개 식당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질줄 알고 그 자료를 남겨놨겠어요. 나중에 관심있는 사람이 근근이 자료를 추적해 나갈 수밖에 없었을듯 합니다.

일제 시대인만큼 서구의 식탁 문화가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다는 느낌도 많이 들고, 그래서인지 이야기는 한식보다는 서양의 코스요리가 고급 요리로 들어오게 된 과정 (조선호텔 식당, 청목당), 돈카츠나 카레라이스처럼 일본화된 서양 식당들 (미스코시백화점, 화신백화점), 그 외 대표적인 일본/한국/중국식당들 (화월, 이문식당, 아서원 등)이 소개됩니다. 당시 식사 문화뿐만 아니라 물가, 그리고 특히 시내의 모습이 현재와 어떻게 달랐는지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말로만 듣던 화신백화점이 한국 자본을 바탕으로 세워진것이고 현재의 종로타워 자리라는것. 조선호텔은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고 예전부터 식당이 유명했다는것, 옆의 낙랑파라라는 카페가 현재 플라자호텔 자리이고 미스코시백화점이 신세계가 되었으며, 아서원은 땅을 옆의 반도호텔에게 넘겼는데 현재 롯데호텔/백화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등등이 신기했네요.

그러면서도 식당들의 자취를 찾기 위해 참조해서 소개하던 소설들이 참 지저분해서 이런게 한국 문학으로 남아있다는게 참 씁쓸하기도 했어요. 생각해보면 신문에 연재하면서 잘리지 않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남발하긴 했던듯. 뭐 다들 첩질에 불륜에 강제추행에.. 하긴 막장드라마가 괜히 나온게 아니라 저런 미디어가 현재는 TV로 옮겨진것 같기도 하네요. 그 가운데도 나름 기억에 남는건 심훈. 상록수의 계몽소설작가로만 알려져있던 그가 사실은 이수일과 심순애가 영화화되었을 때 주연배우로 연기도 했다는 것. 게다가 다른 작품에서는 감독으로 영화를 직접 찍기도 했다니 정말 다방면의 재주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이었던것 같아요. 점차 잊혀지는 당시의 생활상을 살펴볼 만한 책이어서 재밌었습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 1, 2

[세트] 죽이고 싶은 아이 1~2 세트 – 전2권8점
이꽃님 지음/우리학교

1권은 한참 전에 아이가 빌려와서 읽었었는데 찾아보니 리뷰가 없네요. 1권은 21년에 출간되었는데, 학생들간의 무리짓기와 왕따, 비교와 무시, 그리고 학폭까지 겉으로는 평화스러워보이지만 속으로는 곪아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불안한 심리상태와 행동을 묘사하면서 학교에서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 한 아이, 그리고 그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가 겪는 사건과 갈등을 묘사한 스토리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꽤나 이슈가 되었던 작품이었어요.

하지만 결말에서 주범으로 몰린 아이가 결국 살인범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지만 그 전에 죽은 아이를 괴롭힌 점, 하지만 내적으로는 죽은 아이만이 가해자 아이가 생각하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는 생각 등이 아이들끼리는 알게 되었지만 사회적으로는 해결되지 않은 점, 그리고 실제 과실치사를 한 아이는 어떻게 되었나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점에 독자들이 많이 그 뒷이야기를 구금해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후속권이 올해 발매되어 훨씬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네요.

자신이 죽인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죽였는지 아닌지 기억이 없는 주인공 주연, 위에서 떨어진 벽돌에 머리를 맞고 사망한 서은, 실제 살인범이 주연인가에 위화감을 갖고 있는 형사, 그리고 주연과 서은의 남은 가족들. 이야기는 미스테리를 풀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진범이 밝혀진 채로 주연과 남은 가족들의 심리와 상처, 그리고 그 배경에 자리한 주연의 엄마 아빠의 상처들, 그리고 서은 엄마의 상실감을 상처로 인해 기억도 되살리지 못하고 유령을 보고 거식증상을 보이는 주연의 치유 과정을 통해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사람들로 나아지는 모습을 묘사해 갑니다. 그래서인지 1권보다는 훨씬 따스한 눈길로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고, 읽기도 편안했던 것 같아요.

짧게나마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따라가 보고 심리에 공감해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고도 할 수 있을듯. 자녀를 둔, 특히 딸을 둔 부모라면 한번 읽어보면 좋을 소설입니다.

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

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10점
이인우 지음/파람북

얼마 전 오사카-교토 여행을 다녀온 김에 도서관에서 보여서 집어들었습니다. 블스에서도 언급된 것을 본 터라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닌 인문학자 관점에서 쓰여진 글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색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고, 실제로 한장 한장 읽어나가면서 소개된 장소나 건물, 정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정말 만족스럽게 볼 수 있었네요.

저자는 기자 출신이면서 교토 내 대학의 연구원으로 머무르며 다양한 장소를 찾아보고 그 소회를 기록해 둔 글을 썼다고 합니다. 그런만큼 교토에서의 건물이 어떤 관점에서 어느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세워졌는지, 교토의 정원이 추구하는 지향점은 어떤 것이고 그것이 시대별로, 건축 주체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교토의 사찰에 보관되어 있는 그림들은 어떤 배경에서 소유하게 되었는지 – 특히 무심결에 지나간 그림이 우리나라의 자연을 그린것도 있다는 것. 또한 교토의 상권이나 씨족권이 고구려/신라/백제의 삼국 시대를 거쳐가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료안지의 그림 이야기였네요. 모두 다 기대하듯 료안지의 가레산스이 양식의 석정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그 장소의 맞은편 안쪽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사실은 일본의 화가가 우리나라 금강산에 가서 감명을 받아 그린 금강산도라는 것은 이 책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사실이었네요. 책에서 이 부분을 읽다가 바로 폰에서 료안지 사진을 흝어보니 우연찮게 우측 끝에 금강산 그림이 걸려있었던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

꼭 그런 부분이 아니더라도 교토를 다녀와서 그 역사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라면 읽어보고 만족할만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네요. 잘 봤습니다. 교토 꼭 다시 가서 다른 곳도 많이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은닉

은닉6점
배명훈 지음/북하우스

비밀요원으로 활동하다가 휴식기를 가지던 주인공의 시점에서, 주인공이 어릴적부터 좋아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인 김은경이 미끼가 되어 핵으로 추정되는 전략무기를 가져가고자 하는 미상의 조직들 간에서 벌어지는 다툼을 묘사한 SF입니다. 그 가운데 각종 정보를 천재적인 네트워크 정보조직을 통해 분석하고 가이드해주는 죽었다고 추정되던 친구 조은수가 등장하고, 조은수의 덕분에 네트워크에서 주인공의 취향과 성격을 통합 분석해서 카게무사같은 자취로 여러 곳에 흩뿌리는 디코이의 능력으로 추적을 피해가는 주인공의 행보를 따라가지요. 그 가운데 등장하는 전략무기는 거대한 전략 핵무기라기보다는 반대로 너무나 조그마해 보이지 않는 어떤 비행체이며, 이를 조종하는 컨트롤러는 눈동자에 씌워지는 렌즈같은 느낌의 생각 외의 기기들입니다. 하지만 이 컨트롤러에는 조종자의 이면의 인격을 드러내고 조절하는 생각 외의 작용도 있는데, 이게 사건 전개에 새로운 실마리가 되지요.

배명훈님의 작품인 만큼 이런 복잡하게 꼬인 설정들을 이해해가는 한편, 체코의 스산하고 살을 파고드는 추위를 느낄 수 있는 묘사를 함께 견뎌야 한다는 점을 즐길 수 있다면,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반면에 그만큼 접근성이나 스토리에 빠져드는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작품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스릴러는 취향에서 좀 벗어나는터라 잘 맞지는 않았습니다만, 작가님이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데는 동감입니다. 새로운 작품을 경험하는 재미는 확실히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