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출장이라 모처럼 뮤지컬을 구경했습니다. 회의 마지막날은 오후4시경에 끝나는터라 저녁시간이 여유가 있겠더라구요. 마나님이 라이온킹을 극구 추천하시기에 할인 안하기로 유명한 디즈니 계열임에도 과감하게 티켓마스터를 통해 예매했답니다. 근처의 Zizzi라는 피자체인에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드디어 티켓을 찾아 입장, 10년 넘게 공연해왔음에도 빈 자리 하나 없이 꽉 찬 극장에서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 기반을 둔 뮤지컬이라서인지 청각보다는 시각적인 즐거움이 더 두드러지는 작품이더군요. 시작부터 교묘하게 제작한 배우들과 동물의 움직임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치타, 물소, 영양, 기린, 사자 등등 각 동물의 특징을 섬세하게 재현해낸 동작이 한꺼번에 어우러지니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배경으로 떠오르는 아프리카의 태양과 구름도 강렬하구요. 백미는 1막 후반의 소떼들의 질주장면. 정면을 마주보고 펼쳐지는 계곡의 묘사와 관객석으로 달려오는 소떼들의 묘사가 정말 멋지더라구요. 여기서 심바를 구하고 추락하는 모파사의 모습이 백미.
반면 2막은 긴장감이 좀 떨어지는 감이 없잖았습니다. 원작이 그러기에 어쩔 수 없겠지만 상당부분을 품바와 티몬, 심바와 날라의 대사로 처리해서인지 좀 약하더군요. 오히려 돋보인건 하이에나들 – 세 마리가 야비함과 허술함, 잔인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데, 정말 최고의 의상 / 최고의 연기가 아닌가 싶어요. 마지막까지 열연하는 세 마리 하이에나의 연기에는 정말 박수가 절로 나오더라구요. 사악한 삼촌 스카는 끝까지 어린 관객들에게 욕을 먹었지만 (워낙 악역이니..) 노래만큼은 제왕의 풍모를 보여줬습니다. 심바는 몸은 제일 좋았지만 성량은 스카보다 못해서 ^^;
어쨌거나, 눈도 즐거웠고 웨스트엔드도 좋았고 마지막 인사장면도 즐겁게 보았습니다. 아쉬움이라면 귀를 탁 트이게 하는 메인 테마곡이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너무 많은걸 바라는건 욕심이겠죠? 즐거운 공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