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말할 것도 없고, 둠즈데이 북

개는 말할 것도 없고10점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열린책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코니 윌리스의 유쾌한 장편소설입니다.
시간여행이라 하면 타임슬립이나 조지 오웰의 타임머신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겠죠. 그렇기에 비슷한 소설을 몇 권 읽고 나면 오히려 시들해지는게 SF에서의 시간여행이란 소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코니 윌리스는 시간여행에 상당한 제한조건을 걸고 소수의 사람만 제한된 시간대로 전송하게 되면서 생기는 사건을 토대로 유쾌한 작품을 만들어내었습니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경우는 너무너무 재밌게 읽은지라 당연히 리뷰를 남긴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아무 언급도 없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고 충격을 받았어요. 자기가 안써놓고 자기가 충격받다니 이거 원.. ‘둠즈데이 북’을 빌려준 지인이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기에, 먼저 나온 작품을 먼저 읽어야지 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해놓고는 너무너무 재밌게 읽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니 말이죠. 유럽 출장길에 ‘두꺼운 책이니 오래 읽겠지’ 하면서 가져가놓고서는 현지 도착 전 기내에서 다 읽어버렸답니다.

엠마, 오만과 편견, 센스 앤 센서빌리티 같은 제인 오스틴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영국을 배경으로, 남녀간의 사랑과 중매(?), 그리고 그 와중에 펼쳐지는 수다스러움과 정신없음의 향연이 멋진 그런 소설, 그게 바로 ‘개는 말할 것도 없고’라고 하면 좋겠네요 ^^

둠즈데이 북6점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열린책들

그리고 나서 기대하며 펼쳐본 ‘둠즈데이 북’은.. 국내 발매는 늦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먼저 쓰여진 작품이더군요. 산뜻하고 활달한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와는 달리, 이 작품은 암울하게도 흑사병이 창궐해서 사람들이 픽픽 쓰러져나가는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약 500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참 힘들었어요.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캐릭터들이 겪는 일이 마음을 너무 지치게 할 정도로 안타까워서 말이죠.

하지만 그런 암울한 곳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들, 도움을 주고 희생하는 사람들, 그리고 어린아이들을 위해 온 정성을 바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가슴 따뜻함이 이 두꺼운 작품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 이야기를 살려주고 있어요. 소통 부재의 답답함 가운데서도 서로 믿고 의지하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겠지요.

한 작가의 소설이고, 같은 설정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많이 다른 이 두 작품. 그러면서도 또다른 즐거움을 주는 두 작품. 이들 서로가 다른 의미로 기억될 겁니다. 코니 윌리스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은, 출간되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가득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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