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두셀라의 아이들 –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김창규 옮김, 이소담 그림/오멜라스(웅진) |
처음 하인라인의 작품을 접했을때는 그저 약간 우파적+군국주의적 성향의 SF작가라고 생각했더라죠. 아무래도 당시 개봉했던 스타쉽 트루퍼스라는 영화와 연결되어 그 가치가 반감되어버린 원작소설도 삐딱한 시선으로 보아서 그런거겠거니 싶네요. 며칠 전 갑자기 다시 보고싶은 생각이 들어 스타쉽 트루퍼스를 며칠만에 다 읽고보니 그런 우파적 의견보다는 현대 정치체제의 맹점을 꼬집고 이를 소설 속의 사회와 비교하여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면이 더 많이 느껴졌습니다. 소설 한 권을 생각날 적마다 다시 읽다 보면 이런 일이 종종 있는것 같네요.
그리고 나서 하인라인이란 작가에 관심이 생겨 바로 주문한 책이 이 므두셀라의 아이들입니다. 나름 합리적인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어느 시대, 장수하는 유전자를 가진 비밀스런 조직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공개하기로 하면서 글이 시작됩니다. 사람들의 합리성이란 것이 100살이 넘도록 살아간다는 그 욕심나는 사실에 대해 얼마나 이기적으로 반응하는지를 1부에서는 보여주죠. 라자러스 롱이라는 나름 조금 더 오래 살아온 주인공은 그런 사람들의 특성과 나쁜 일에 대비하는 습성을 바탕으로 – 거기에다가 조직보다는 자신을 더 신뢰하는 히어로스러운 스타일로 자신의 종족을 궤도상에 건조중이었던 행성간 우주선으로 탈출시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오래 살아오고 있던 그들조차도 다른 우주의 생명체의 눈으로 보면 얼마나 불합리한지 – 아니면 합리적이란 개념 자체가 얼마나 한정적인 개념인지를 보여주기 시작하죠. 여기서도 라자러스의 직관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키가 됩니다만.. 뭐, 결과적으로는 잘 해결되니 그들이 겪은 어려움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사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들 장수 종족조차도 긴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어리석은 짓을 꽤나 한다는 겁니다 🙂
소설로서는 허술한 면이 종종 보입니다만, 라자러스 롱의 카리스마와 쉬지 않는 행동이 독자를 책 속으로 끌어들이는 솜씨만은 일품입니다. 그래서 하인라인이 매력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원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을 먼저 보려고 했지만 (가격이 비싸서) 이 책을 먼저 보게 되었는데, 나름 만족스러워요.
조만간 전에 봤던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를 함 다시 보려고 하는데, 하인라인처럼 작가를 다시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뭐, 아니라도 상관없어요. 즐겁게 술술 읽히는 이야기가 요즘 땡기걸랑요. 하인라인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도 슬슬 구입해야겠다 생각중입니다만, 조금 여유를 두고 읽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