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그라비아의 음모 – 셰리 토머스 지음, 이경아 옮김/리드비 |
주홍색 여인에 관한 연구에 이은 레이디 셜록 시리즈 2편입니다. 1편이 배경 설정을 메인 테마로 진행했다면, 이 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사건을 수사하면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1편에서 샬롯은 왓슨 부인을 만나 베이커 가에 사설 사무실을 열게 되었죠. 이 사무실에 샬롯의 연인격인 잉그램 경의 부인이 찾아와 옛 남자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작품에는 사건 해결이라는 하나의 줄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스토리가 동시에 진행되는 터라 머리속에서 각각을 함께 판단하면서 샬롯을 따라가야 한다는 거에요. 덕분에 머리속은 정신없으면서도 너무나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잉그램 부인의 연인을 찾아가는 이야기, 샬롯에게 청혼한 밴크로프트 경이 넘겨준 암호를 추적하는 이야기, 샬롯의 언니 리비아와 만난 매력적인 남성의 이야기, 샬롯에게 자기를 독살하려 하는 가정부를 조사해달라는 모리스 부인의 이야기, 샬롯을 다시 집으로 데려와 시골로 보내려는 아버지 헨리 경의 이야기 등이 새롭게 펼쳐지는데다가 1편에서 제시된 모리아티와 론스데일 양까지 등장하면서 이 복잡한 실타래가 얽혀갑니다. 샬롯 역시 각각을 ‘사실에 입각해’ 풀어나가고자 하지만 잉그램 경과의 감정과 밴크로프트 경의 청혼에 대한 이성적 분석, 언니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가족애와 자신의 일을 지키려는 독립심과의 갈등 속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구요. 하지만 어떤 일이든 한 걸음씩 나가며 사건을 풀어나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는 만족스러움에 한숨을 내쉬게 되네요. 책을 덮으면서 제가 한 말이 ‘이 작가 정말 잘 쓰네’ 였다구요.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어요.
코난 도일의 작품을 테마로 하면서도 그보다 더 사건을 잘 구성하고, 애거서 크리스티 정도로 이야기의 실마리를 잘 연결해 논리적으로 구성하면서, 동시에 한 편의 구성도 충실하고 여러 권으로 시리즈를 관통하는 스토리까지 놓치지 않는 정말 대단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입니다. 3편도 빨리 나오길 기대할 수밖에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