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디세이 완전판 세트 – 전4권 – 아서 C. 클라크 지음, 김승욱 외 옮김/황금가지 |
영화로도 유명한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이 4부작이라는 사실은 이 세트를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한번 더 놀란건 2001이 쓰여진 것도 영화와 함께 진행하면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것, 그리고 후속편들이 쓰여진 것도 원작이 아닌 영화를 고려해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는 것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매체를 넘나드는 스토리라인이란 것이 예전 한동안 이야기되었던 ‘원소스 멀티유즈’ 이전에 이런 작품에서 먼저 이상적인 형태로 전개되었던 것 같네요.
영화화되서 익히 알고 있던 2001의 프랭크 풀의 사고사와 데이비드 보먼의 의심, HAL의 반란, 그리고 보먼의 다른 존재로의 진화라는 이야기였죠. 2010에서는 새로운 인물인 플로이드 박사가 데이비드 보먼이 남기고 간 우주선을 탐사하기 위해 목성으로 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중국과의 경쟁과 새로운 모노리스의 발견, 그리고 목성의 점화로 태어난 제2의 태양까지요. 그리고 3편인 2061, 보먼의 영혼을 통해 인류에게 금지된 에우로파에 아들이 탄 우주선이 불시착하면서 혜성을 탐사하고 있던 플로이드 박사가 에우로파로 향합니다. 그 와중에 보먼과 접촉한 박사는 영혼으로서, 본인으로서 이중의 존재가 되어 아들과 접촉하고 구출해내게 되지요. 마지막 3001은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모노리스에 맞서 천년만에 구출된(!) 프랭크 풀과 보먼의 정신이 연합해 인류를 구해내는 스토리로 발전됩니다.
첫 편이 1968년에 쓰여지고 마지막 편이 1997년에 출간되는 동안 사회도, 기술도 엄청나게 바뀌었고 그에 맞춰 스토리라인도 상당히 도약이 심하지만 그래도 꽤 읽을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이야기되었던 것이 상상이 아니라 실제 기술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다시 말해 고리타분하지 않다는 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구요. SF계의 원로답게,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도를 넘지 않고 차분하게 적절히 시리즈를 마무리해주신 것에 감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