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해마

유령해마8점
문목하 지음/아작

돌이킬 수 있는을 읽고 바로 구입해버린 문목하 님의 두번째 장편입니다. 이번에는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해마’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이여요. 단순히 요즘 말하는 인공지능이라기보다 자아를 갖추고 다른 기계나 인공지능 등의 전자장비를 뜻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그러기에 인간을 존중하고 긴급 명령에 따라야 하며 인간을 해치면 안되는 등의 강한 제약이 걸려 있는 클라우드에서 활동하는 로봇같은 존재라고 해야 할 것 같은 존재입니다. 가장 비슷한 존재라면 공각기동대에 나오는 의체나 타치코마같은 존재라고나 할까요.

갑작스런 사고로 무너진 건물에서 사람을 구출하던 ‘비파’라는 해마는 자신이 구출한 사람을 뒤따라오는 미등록된 아이를 알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ID를 부여받고 칩이 삽입되어 해마들은 이를 인식할 수 있지만, 이 아이는 등록되고 나서야 해마가 인식할 수 있게 되죠. 비파는 이 아이를 그 시점부터 관심을 갖고 알게 되며, 이후 아이가 성장하고 교육받고 기자가 되기까지 지켜봅니다. 그 사이 이미정이라는 아이는 딸과 같이 키워온 한 아이를 자신이 선물해준 대기업의 제품 – 전자홍채 – 부작용으로 인해 잃게 되고 사회에서 소외되고 외로운 싸움을 싸워오는 사람들과 함께 저항운동을 시작합니다. 그 사이 비파는 인공위성 업무를 하며 제어 사고로 한동안 네트워크에서 단절되어 이미정의 삶에 대해, 해마로서 할 수 있는 것과 임무에 대해, 가능한 것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해보게 되죠.

이미정은 대법원에서 패하며 삶의 의욕을 잃고 종군기자로 내전이 한창인 한 국가로 자진해서 떠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어쩌다 만나게 된 제3국인 로랑의 사연을 듣게 되고, 그를 귀국시키기 위해 한국으로 함께 들어오게 되죠. 그 와중에 자신이 받은 임무를 해결하기 위해 비파가 드디어(!) 이미정과 접촉하게 되고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갈등과 소란과 계획, 액션이 펼쳐집니다.

어디선가 본듯 친근하기도 하고 요즈음의 이슈이기도 한 사회상을 반영한 독특한 세계, 그 와중에 현재와 비슷한 혹은 더욱 심각한 이슈로 고민하는 일반인, 그리고 여기에 엮인 때로는 뛰어나고 때로는 융통성없는 – 하지만 올곧은 – 해마. 그들 간에 펼쳐지는 우정이라고 할 수 있는 삶과 행동의 궤적이 문목하라는 작가의 매력적인 스토리라인 속에서 펼쳐집니다.

앞으로도 더욱 멋진 작품을 볼 수 있길 바라며, 가능하다고도 생각되지만, 희망컨대 넷플릭스나 헐리우드 작품으로 영상화되는 것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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