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이야기 2 – 김시덕 지음/메디치미디어 |
흥미롭게 읽었던 1부에 이어 도쿠가와 막부 중후반기를 다룬 2권입니다. 전쟁과 종교, 서구세력과의 접촉을 다룬 전편과 대비해 이번에는 농민과 의학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는데, 의외로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김시덕 교수님의 특성이겠지만, 기존 역사를 서술하는 정치권력과 지배층 중심의 방식이 아니라, 소소한 서민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는 각종 문헌자료를 토대로 피지배민의 생활상 중심의 서술이 이런 재미를 주는 것 같아요.
덕분에 일본의 농민들이 지역별 번의 지배하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쌀을 공출해야 했던 배경, 그리고 도시에는 흉년에도 쌀이 부족하지 않은데 지역에서는 에도에 바치기 위한 쌀을 본인들이 먹을 것까지 바치는 바람에 계속해서 기근이 이어졌던 것, 동일본이 지속적으로 가난했던 이유 등이 농민 편에서 이야기됩니다. 농민들은 먹고살고자 계속해서 도시로 들어왔고, 도시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통제하고자 했지만 그 역시 수요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았다는 데 아이러니가 있더군요. 더불어 일본에서 ‘굶주려 죽은 귀신, 아귀’라는 설정이 왜 반복되어 등장하는지 이해가 되는 이야기이기도 했네요.
이보다 흥미로운 것이 의학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에도 시대에 네덜란드와의 교류로 서양의학 도입이 촉진되었다는 이야기와는 달리, 에도시대에도 지속적으로 불교계를 중심으로 한 관제 한의학과 유학자 중심의 민간 한의학, 그리고 네덜란드를 통해 전래된 해부학에 대한 지식과 종두법을 통한 천연두 극복이 중요한 축이었던 것 같네요. 의외로 유학자들이 지역에서 의사 활동을 하기도 하고, 사무라이들이 전투에 특화되다 보니 직접 약을 제조하고 부하들이 상사를 위해 약을 상비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왔습니다. 재미있게 읽던 라노벨 책벌레의 하극상에서 문관들이 약을 제조하는 역할을 한다는 설정의 배경이 엿보이는 것 같아 흥미로왔네요.
일본이 한국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기도 하고,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일본인의 사고관이 어느정도 우리에게도 영향을 주었기에, 소수자를 박해하거나 정책의 잘못을 개인의 성향 탓으로 돌리는 것, 국가 시스템의 개선보다 각자도생으로 책임을 넘기는 문화가 결국 동일한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예나 지금이나 일본이나 한국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역사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면 이런 사실을 보고 개선해야 할텐데 그러지 못하고 동일한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네요. 아마도 그래서 부제가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라고 직접적으로 언급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