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 황금나침반, 내셔널트레져2, 라비앙로즈

출장다녀왔습니다~ 이번 출장지는 모차르트의 도시, 찰츠부르크(Salzburg) of 오스트리아. 이틀간의 짤막한 회의라 맘편하게 열두시간씩 날아가서 회의 이틀동안 하고 열두시간 날아 돌아왔습니다.

십몇년 전 배낭여행이랍시고 빨빨거리며 유럽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면서 잠깐 짬을 내서 돌아본 기억이 있는 도시건만, 다시 가보니 하.나.도. 모르겠더구만요. 오직 남아있는건 흐리다 못해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가운데, 여기까지 온 본전은 빼야 한다고 열심히 걸어 미라벨정원 눈도장찍고 모차르트옹 그려진 초콜릿만 창밖에서 보고 온 기억만. 숙소가 뮌헨에 있는지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쓸쓸히 기차타고 돌아간 기억만.. 거참 암울하군하.

어쨌든, 언제 쓸지 모르는 한나절 산책 이야기는 담번에 하기로 하고, 언제나 출장길 왕복 스물네시간을 즐겁게 보내게 해주는 기내영화이야기부터.

1.점퍼(Jumper)
사용자 삽입 이미지헤이든 크리스텐슨 주연. 연초에 극장에서 무슨영환가 보러 갔다가 예고편이 강렬해서 기억에 남은 영화. 그런데 배우 얼굴에 대한 인식력이 워낙 떨어지는 탓에 아나킨인지도 모르고 한참 보았답니다. 어헝, 어쩐지 스토리의 연애라인이 ‘나잡아봐라~ 오호호호~’ 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2의 잔디밭 장면이 연상이 되더라구요. 흑, 로맨스물은 정말 찍지 마셈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점퍼의 설정을 이용한 전투장면은 정말 간지 잘잘 흐르더이다. 순간적으로 점프에서 물과 바위와 트럭과 상어를 날려대는 저 무지막지한 캐릭터들이라니. 반면에 점퍼들에 비해 열심히 노력해서 장비들 돌리는 팔라딘들이 참 불쌍해보였답니다. 혹 후속작이 나올 계획이 있다면 워쇼스키 형제에게 맡겨주심 안될까나 싶더군요.

2.황금나침반(Golden Compass)
사용자 삽입 이미지주인공 여자애가 상당히 쿨하고 중성적인 매력을 보이는 영화랄까요. (다코타 블루 리차드라는군요) 생각해보니 해리포터와 1:1로 붙여놓으면 좋은 승부가 될지도. 워낙 여기저기서 영화 마지막이 ‘이거 끝이 아닌거야?’란 소리를 많이 들었기에 맘놓고 봤는데, 나름 괜찮더이다. 오히려 해리포터나 반지의제왕 1편보다 하나의 스토리 마무리는 깔끔하더군요.

소심한 본능(데몬) vs. 진취적 자아의 대화란 생각을 하고 둘간의 대화를 들으니 더 재밌게 볼수 있었네요. 떨어질 수는 없으나 행동하는 자세에 따라 변하는 데몬, 어찌보면 어른이 되면 자아와 본능의 거리가 좁혀져서 하나의 모습으로 굳어져버리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행동하는 것은 자아고 데몬은 자아를 쫓아갈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데몬을 보내 뭔가를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은 참 매력적이네요.

니콜 키드만은 여전히 예쁩니다. 네. 하지만 전투는 그냥저냥 흐지부지 끝나더군요. 우리의 백곰씨도 생각보다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그럼에도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후편을 기대해 봅니다. 책은 완결되었던 것 같은데 함 읽어볼까 생각중.

3.내셔널 트레져 2: 비밀의 책(National Treasure: Book of Secrets)
사용자 삽입 이미지니콜라스케이지의 어드벤처물. 미국 만세란 내용만 아니었어도 이 시대의 인디애나 존스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신나게 뛰어다니며 보물을 찾는 스토리이다. 전편에서는 독립선언문과 자유의 종을 뒤지고 다니더니, 이제는 버킹엄궁과 백악관까지 침입하는 황당한 시츄에이션까지. 뭐, 재미는 있습니다만 참 뭐랄까.. 버킹엄궁의 보안수준이 백악관보다 낮다는걸 당연히 여기는 이 사람들도 참.. 그래요, 미국분들 짱 드세요.

하지만 그 와중에 한쪽 귀퉁이의 글귀에서 실마리를 찾아내고, 몇십년간 잠들어있던 장치를 가동시키는 순간의 그 재미는 only USA의 바보같은 설정에도 불구하고 내 이성을 배반하더군요. 역시 어드벤처물은 이래야지 싶을 정도로 이리뛰고 저리뛰는 장면들이 즐거웠습니다.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지루한 비행시간을 때우는 기내영화로는 정말 최고인듯.

4.라 비 앙 로즈 (The Passioonate Life of Edith Piaf, La Mome)
사용자 삽입 이미지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마리온 꼬띨라르의 에디뜨 피아프 일대기입니다. 이름만으로 알고 있던 그녀의 삶을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재현해낸 작품이에요. 볼때는 그저 ‘에디뜨 피아프는 이랬구나, 저랬구나’ 하면서 보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실제 그녀-에디뜨 피아프-가 아니라 마리온 꼬띨라르라는 한 여배우였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게 되네요.

빈민가에서 거의 방치되다시피 어린시절을 보낸 사창가. 노래를 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프로듀서. 깜짝 얻게 된 명성과 뒷세계와 관련된 추문에 의한 순식간의 추락.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다듬은 노래와 재등장에 이은 최고의 명성. 그리고 노래와 뗄 수 없게 된 삶. 그리고 약물과 고통으로 가득한 노년까지. 이 모든 이야기를 두 시간에 다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합니다. OST도 꼭 들어봐야겠어요.

이 네 편을 왕복길에 보았습니다만.. 갈때는 세편, 올때는 한편만 보았네요. 어쩌다보니 귀국길에는 여섯시간동안 쿨쿨.. 아침도 못먹을 뻔 했다능. 그래도 볼 영화는 다 보고 와서 후련합니다. 그러고보니 이제 나의 무비라이프는 기내로 옮겨진건가염? 극장은 언제나 가볼수 있으려나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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