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사용자 삽입 이미지어릴적 AFKN에서 주말 아침에 하곤 했던 SF애니메이션이 있었습니다. 거대 함선이 지구에 추락하고, 사람들이 수년에 걸쳐 이 함선을 개조하여 우주로 나가는 이야기였죠. 제목은 로보테크(Robotech)였는데, 원제가 마크로스라는 것은 한참 후에나 알게 되었죠.

당시에는 매일 볼수 없었던 까닭에 처음 몇 화는 제대로 보았습니다만, 한참 후에도 그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어떤 결말이 지어졌는지가 궁금했어요. 친구에게서 소설판을 빌려보았지만, 역시 직접 보는것만 못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기회가 되어 37편 전편을 다 보게 되었네요.

비행단 선배인 포커를 만나러 갔다가 엉겁결에 젠트라디인과의 전투에 휘말리고 군에 입대하게 된 이치조 히카루, 우연히 만나 좋아하게 되고 나중에 마크로스의 인기 가수 겸 히로인이 되는 린 민메이, 엘리트 군인 집안 출신의 마크로스 통제사 하야세 미사 이 세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민메이와 함께 조난을 당하기도 하고, 초보 파일럿으로 고생하기도 하고, 황당하게도 납치되어 젠트라디 우주선단에서 탈출하기도 하는 등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한편으로 황당하기도 하면서 재미있기도 하네요. 히카루와 민메이, 카이훈의 어이없는 성격에 종종 짜증나기도 하지만, 이 캐릭터들 역시 이야기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걸 보면 대견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놀라운건 역시 27편 ‘사랑은 흐른다’. 이 한 편으로 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매했던 평가가 순식간에 호감으로 돌아섭니다. 그동안 싸워왔던 브리타이와 손을 잡고 보들저의 젠트라디 대군과 맞서는 마크로스의 전투와 지구 초토화. 민메이도 자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며 힘을 보태고, 히카루도 격추되는 와중에 살아남아 오히려 위기에 처한 미사를 구해내죠. 비록 지구는 엉망이 되었지만, 모든 전투를 마치고 강하하는 마크로스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 한편입니다.
(하지만 이후 28~37편은 없는게 차라리 나은듯.. -_-)

재미있는건, 오래된 애니메이션인데도 충격적이게 연상연하커플(히카루&미사)이 주인공이었다는 점, 그리고 외계인과의 커플링(맥스&미리아)까지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만들어냈다는 점이었어요. 게다가 지구 초토화에 나중에는 이민선단이라니.. 과연 시나리오를 누가 썼는지 궁금하네요.

시간날때 조금씩 보았는데, 마치고 나니 홀가분하군요. 오래된 숙제를 해치운 기분입니다. 마크로스와 발키리 편대의 비행은 이제 기억 속으로~

4 thoughts on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1. Raymundo

    저도 예전에 구해는 놓고 다 볼 엄두가 안나서 미루고 미루다 몰아서 다 봤는데 (헥헥) 막상 노래가 맨날 “나의 그이는 파일럿”밖에 안 나와서 (후반에는 다른 것도 좀 있었던 것 같기도) 아쉬웠었죠.

    그리고 28화 이후의 얘기는… 너무 질질 끄는 감이 있기는 하지만 (마치 인기 드라마 억지로 연장방영하는 것 같은…), “동맹 맺고 이기긴 했는데 막상 같이 살려 하다보니…”라는 관점에서는 ‘야 참 현실적이네’라는 생각이 들어 좋던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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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hilia

      예, 확실히 노래는 좀 아쉬운 면이 많았죠 ^^
      뒷부분 스토리는 현실적이란 면은 공감이 가지만, 좀 맥이 빠진 상태에서 진행된거 같아서 말이죠. 요즘같으면 외전이나 OVA 정도로 다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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