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경찰연합 1 – 마이클 셰이본 지음, 김효설 옮김/중앙books(중앙북스) |
작년에 역대 휴고상 수상작들을 국내 번역본으로 주르르 읽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수상작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만큼 출판된 작품도 꽤 있더군요. 하지만 언제나 문제는 수요층이 적어 절판된 버전이 많았다는 점. 이리저리 중고서점을 뒤지며 찾은게 몇 권 있었는데, 그중 가장 긴 작품이 지난번 완독한 퍼언 연대기, 그리고 손에 든 작품이 이 유대인 경찰연합이었습니다.
읽으면서 바로 두 작품이 떠올랐어요. 하나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빅 슬립. 이 책의 주인공 랜즈먼 형사의 무턱대고 돌진하는 경향이 필립 말로의 모습과 겹쳐서 그랬나봅니다. 다른 하나는 복거일 님의 비명을 찾아서 – 역시나 대체역사소설이라서였지요. 2차대전이 끝나고 이스라엘이 건국된 것이 아니라, 미국 알라스카의 싯카라는 지역에 유대인 거주구를 만들었다는 가정 하에 여기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것이 이 작품의 배경입니다.
시작은 단순히 랜즈먼이 거주하는 호텔에서 일어난 마약중독자의 죽음이었고, 그는 누구인지, 누가 그를 권총으로 쐈는지를 첫번째 질문으로 삼아 풀어나갑니다. 의외로 그는 모두에게서 사랑받는 랍비의 아들이었고, 체스 클럽에서도, 유대인 사회에서도 그를 기리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이 이야기의 축을 이루는 것은 유대인의 메시야가 한 세대마다 태어난다는 차디크 하도르에 대한 믿음, 그 밖에도 유대인 사회를 이루는 정통파 유대인과 랍비, 안식일을 위한 경계선을 치는 작업인 에루브 등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를, 싯카에서의 유대인 거주기간이 종료되는 시점과 맞물려 사건은 점점 미궁처럼 펼쳐지죠.
그 가운데 랜즈먼의 동생에서 시작되는 유대인과 틀링깃 원주민간의 갈등도 드러나며 랜즈먼의 전 부인과의 재회와 해묵은 감정을 풀어내는 사건도 일어납니다. 그 과정에서 정통파 유대인의 강력한 갱 조직이 미 정부에 영향력을 미쳐 아랍권에 유대인 국가를 세우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되지요. 그 와중에 접한 FBI 수사관의 심문 과정에서, 혹은 전 부인과의 갈등 해결 및 함께 한수사를 통해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 심지어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대체역사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특정 민족의 문화와 그 주변의 사람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독특한 경험이었네요. 정통파가 비정통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정통파의 가족 위계나 문화는 어떤지, 그리고 그들이 믿는 가치가 외부인의 시선으로는 어떻게 보이는지 등등을 가상으로 살펴보며 종교라든지 민족이라든지 하는 개념을 좀더 객관적으로 돌이켜볼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작가 마이클 셰이본은 상복은 많은데 국내에서는 그리 인기를 못 얻은 것 같네요. 출간작 가운데 데뷔작인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만 빼고는 다 절판.. 한국의 독서시장과 무언가 맞지 않는데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