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드디어 기다리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았습니다. 원작 소설까지 읽으며 기다린 보람이 있었네요. 역시 아름답고 유려한 그림체와 서정적인 배경음악, 그리고 너무나 귀엽고 친근감이 넘치는 캐릭터들로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하울 & 소피

사실 얼마 전에 읽은 원작과는 상당부분 다른 스토리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허수아비나 강아지, 마녀(들)의 역할이 상당히 다르게 나오는데, 미야자키풍으로 만들기 위해 설정을 이리저리 갖다붙힌것 같아요. 하지만 나름대로 이쪽도 괜찮은 느낌입니다.

그러고 보면 미야자키표 애니메이션도 디즈니와 마찬가지의 특정 패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한 인물이 죽는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든지,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짓는다든지 말이에요. 그럼에도 미야자키표 애니는 친근감 느껴지는 그림과 서정적인 음악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확고히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강렬한 디즈니의 메인 캐릭터에 대해서는 하이디나 코난을 닮은 동양적인 주인공들로, 메인 테마를 강요하는 디즈니의 음악에 대해서는 비슷한 선율을 바탕으로 한 배경음악을 중시한다는 느낌이에요. 그래서인지 세계적인 수입은 디즈니가 훨씬 많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야자키 애니가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마르클(귀여워!)

캘시퍼(꺄~♡)

하지만 미야자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속깊은 소녀와 성장하는 소년 구도겠죠. 원작의 설정은 소피라는 주인공 소녀의 성장이었는데, 어느새 애니의 주제는 하울이라는 (정신연령만) 소년의 약한 부분과 그것을 감추려는 쾌활한 행동, 그리고 그것이 깨어졌을 때 보여지는 약하디약한 모습까지 다 포용해주는 소피라는 소녀 이야기로 바뀌어 있으니 말이에요. 그 모든 것은 단지 소녀가 소년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때문. 그렇기에 소녀를 좋아하는 또다른 인물은 단지 그녀의 뒤에서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면서 행복을 빌어줄 뿐, 불쌍한 비운의 캐릭터가 되고 맙니다. 안타까와요.

강아지 힌

허수아비(님?)

모든 것을 감싸주면서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 그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남자건 여자건 우리는 미야자키 애니 속에서는 하울일 뿐.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약하디약한 존재들. 그러기에 상상 속에서나마 우리의 모든 것을 감싸주고 이해해주는 소피를 꿈꾸는 것일지도요. 하울만이 그 아름다움을 아는 소피를요.

덧. 허수아비의 마지막 모습은 좀 뜬금없다는 느낌.

덧. 자꾸만 변하는 소피의 모습을 팜플렛에서는 마법이 왔다갔다해서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장면의 시점에 따른 모습의 변화라고 보는 편이 맞지 않을까 싶군요.

1 thoughts on “하울의 움직이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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