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2-05-09

서울 선언

서울 선언10점
김시덕 지음/열린책들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를 썼던 김시덕 교수의 서울 답사기입니다. 이번에는 동아시아의 구도가 아니라 어릴적부터 살아왔던 서울에 대한 저자의 관점에서 서울이란 어떤 지역이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기록하고 남길 것인가에 대해 근현대 관점에서 서울 곳곳을 답사하면서 찾아본 이야기를 풀어낸 이야기에요. 특히 저자와 시기는 달랐지만 거주했던 지역이 겹치는지라 상상당히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잠실과 신천의 주공아파트 단지 이야기, 남산에서 용산, 영등포와 흑석동으로 이어지는 길, 가산(가리봉+독산) 등 서울 끝단의 공업단지 등 조선시대에서 비롯한 사대문 안쪽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 전후해서 넓어진 수도 서울권에 대해 80여년간 쌓인 역사를 기록하고 이야기하는 입장에서 서술한 내용이라 더 친근감과 공감이 가는 내용이기도 했네요.

특히나 어릴적부터 궁금했던 강남의 영동이란 명칭이 일제시대 서울권역이 영등포쪽으로 확장되면서 영등포 동쪽이란 의미로 영동이 되었다는 것이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 가산이란 명칭도 정해진 과정이 너무 신기했구요.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을 감추고 싶어하는 생각에 도시를 자꾸만 묻어가지만, 어느정도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그 시절을 다시 찾아내고 역사로 반영하는게 오히려 힘들어진 점이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네요.

새로운 것이 좋고 깨끗해 보이기는 하면서도 허물어지기 전에, 지워지기 전에 기억과 기록으로 남겨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 한 권이었습니다. 다음 권도 꼭 찾아봐야겠어요.

그리스인 이야기 1: 민주주의가 태동하는 순간의 산고

그리스인 이야기 18점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살림

산지 한참만에 보게 되었네요. 코로나 이전에 샀는데 부모님이 먼저 보시고 나중에사 받은데다가, 그동안 다른 책도 읽을게 많아서 계속 미루기도 했고 말이죠. 그래서 간만에 시오노 나나미 여사의 글을 읽는지라 신선한 감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도시국가 중심의 그리스 역사를 풀어간 1권입니다. 스파르타, 아테네, 테베, 코린토스 등 역사서에서 어디선가 들어봤던 국가들이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특히 그리스의 영역이었던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중심으로 각 도시의 위치와 주변 환경 – 아드리아해와 에게 해 및 페르시아와의 관계, 그리고 여러 섬의 위치와 영향권 분석이 어우러지면서 약간은 큰 뷰로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주도했던 것은 역시나 스파르타와 아테네였죠. 여러 문헌과 역사적으로 기록된 사실 / 작가의 의견을 구분해 가면서, 스파르타의 장점은 무엇이고 정치체제의 한계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스파르타를 이끈 유명한 인물들 (레오니다스+300 이라든지)이 이야기되고, 육군 중심의 스파르타 중심의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이야기되며, 아테네가 어떤 과정을 거쳐 해군력을 확충했는지, 그리고 페르시아와의 3차에 걸친 전쟁을 겪으며 해군과 섬 국가 중심으로 에게해를 방어하는 델로스 동맹이 형성된 과정이 그려집니다. 결과적으로는 두 가지 동맹이 그려지지만 육군 중심으로 반도를 방어하는 전자와 해군 중심으로 바다를 제압하는 후자는 경쟁이라기보다는 서로 영역이 달랐던 모습으로 그려지네요.

작가 성향답게 특정 인물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묘사를 하는 과정이 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뷰라고 생각합니다. 스파르타를 승리국으로 이끌었지만 정치체제 상 배제될 수밖에 없었던, 아테네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추방되어 결국 페르시아에서 삶을 마감한 두 장수가 특히 기억에 남기도 하구요.

2권에서는 아테네-스파르타 전쟁이 이야기되겠네요. 천천히 시간을 두고 또 한 권 읽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