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3-05-31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 원작 소설도 열풍…20만부 판매 - 경향신문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아이가 보고싶다고 해서 뒤늦게 극장에서 관람하게 되었네요. 초창기 인물 묘사가 어색하다는 평을 들었던 감독님이 이제 연륜과 능력있는 제작진을 끼고 만드니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펼칠 수 있게 되셨구나 싶어 감개무량하기도 했네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건 토호쿠 지진에서 부모를 잃고 이모와 함께 큐슈까지 와서 살고 있는 17세 소녀 스즈메, 그리고 차원의 문을 통해 빠져나오려는 재난(미미즈)을 방지하고자 전국을 다니며 문단속을 하고 봉인을 지키는 소타의 두 사람입니다. 스즈메가 우연히 뽑아버린 봉인(다이진)이 소타에게 저주를 걸면서 소타가 유아용 의자(?!)로 변해버리고, 두 사람 (혹은 한 사람과 의자)은 고양이로 변해 도망치는 다이진을 쫓아 시코쿠, 고베 등을 거쳐 도쿄까지 가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힘을 얻게 됩니다.

도쿄에서 만난 소타의 친구 세리자와와 스즈메를 쫓아온 이모와 어릴적 기억을 찾아 토호쿠로 가게 됩니다. 어떻게 스즈메에게는 문 안쪽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지, 과연 다이진을 봉인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돌아간 곳에서의 마지막 미미즈와의 대결과 함께 다이진이 왜 도망가는지, 소타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등의 의문이 풀리게 됩니다.

재난을 다뤘다는 점에서 일본에서는 논란이 좀 되었을 것 같았습니다만, 동양계 환타지라는 면에서 꽤나 잘 풀어낸 스토리가 매력적인 작품이었네요. 인물들의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매력적이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아이는 다이진이 너무 좋았는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다이진 귀여워를 연발하고 대사를 따라하는 모습. 곧 3회차 관람까지 할 기세네요.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와 배경을 찾아보고자 소설을 읽기 시작했어요. 영화에서는 쓱쓱 넘어간 장면장면이 좀더 깊은 의미가 있는 곳이 꽤 있을 것 같아 소설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쪽 이야기는 완독 후 별도로 올리도록 하지요.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쇼

LG아트센터 서울 >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쇼'

2006년에 마나님과 관람한 후 17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 스노우쇼입니다. 둥둥 떠다니는 공과 천장에서 뿌려지는 눈이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는데, 다시 보니 세부를 많이 놓친건지 시간이 많이 흘러 잊은건지 처음 보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덕분에 아이와 함께 매우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겨울을 배경으로 노란 옷을 입은 주인공 광대와, 길다란 모자를 쓴 6명의 조연 광대가 함께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있다기보다는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듯한 움직임 가운데 마임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는 광대들의 동작이 보는 관객을 웃음짓게 만드는 포근한 공연이에요. 배경음악으로 흘라나오는 반젤리스의 음악도 분위기를 만들어주는데 한몫 하구요. 30년이 넘은 음악들인데 참 정겹기도 하네요.

이런 잔잔한 마임 가운데 임팩트를 주는 것은 관객석까지 뒤덮는 장치를 사용한 장면들, 그리고 그 순간에 관객석까지 마음껏 넘나드는 광대들의 모습입니다. 1부에서는 무대를 뒤덮는 먼지와 거미줄, 2부는 대형 선풍기와 조명을 비추는 가운데 관객석으로 날아드는 눈보라가 그런 역할을 하구요, 공연 마지막에는 초대형 벌룬과 공들이 튕겨 돌아다니는 모습은 이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해 줍니다. 흐뭇하고 포근한,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기에 LG아트센터에서 거의 매년 공연을 이어가는 것 같아요.

마곡으로 옮긴 LG아트센터는 외관이나 로비, 키오스크 등의 편의시설은 멋드러지지만 관객석이나 공간 활용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네요. 건물은 독립해서 큼지막한데 내부는 의외로 좁고 관객석 단차도 낮아 앞사람 머리가 많이 가린다는 느낌이에요. 이제 막 개관했으니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다음 리노베이션할 때 이런 아쉬움들은 좀 개선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쇼' 8년 만에 내한공연 -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