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보내며

Image from http://www.parker.co.kr


간만에 만년필을 찾아들었습니다. Parker 45 라는 고전적인 펜에 Parker Quink Blue Black 이라는 고전적인 잉크를 넣었습니다. 슥슥 써나가면서 느껴지는 펜촉의 감각 – 종이에 사각사각 긁히는 소리가 반갑게 느껴집니다. 한동안 컴퓨터만 끼고 사느라고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적었는데 간만에 필기를 하려니 상당히 어색합니다.

옛날부터 있던 물건을 요즘와서 다시 사용해보면 기분이 상당히 야릇합니다. 내 나이만큼 된 물건이 나에게 전해져 이제야 생명을 얻어 사용된다는 – 이를테면 부활, 혹은 재생이랄까요. 어디선가 본 글에 입맛이 변하면 어른이 된 증거라는데, 이런 것도 해당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다른 쪽을 보면 여전히 덜된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일하다 지칠 때 옆에 놓인 물건들을 하나씩 만지다 보면 약간은 진정이 됩니다. PDA, 디카, iPOD 같은 디지털 성향의 물건도 있지만, 만년필, 원두커피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의 물건도 있어요. 디지털의 세계 속에서 아날로그의 감성을 느끼고 있다고나 할까요.

또 한 달이 지나가는군요. 내일은 조금 재미있으려나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명색이 만우절인데 말이죠 ^^)

2 thoughts on “3월을 보내며

  1. algorab

    그렇네요.
    제 나이 만큼이 된 오래된 물건이 아니더라도 몇 년동안 써서 길이든 물건을 잡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요.
    계속 해서 써온 역사가 쌓여 있는 것이 전해 지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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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hilia

    algorab / 예, ‘길이 든’ 물건이라면 조금 찔리는 구석이.. (보통 길이 들기 전에 잃어버리든지, 어디 구석에 처박히든지 해서 찾으려면 안보이는 일이 다반사인지라. 그래서 지겹도록 쓰고 있는건 PDA 뿐인것 같습니다. Clie N610C를 아직 쓰고 있으니 말이죠.
    역사가 쌓여있는 것이 전해지는 느낌.. 그런게 클래식한 제품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매력이 아닌가 싶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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