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philia

죽이고 싶은 아이 1, 2

[세트] 죽이고 싶은 아이 1~2 세트 – 전2권8점
이꽃님 지음/우리학교

1권은 한참 전에 아이가 빌려와서 읽었었는데 찾아보니 리뷰가 없네요. 1권은 21년에 출간되었는데, 학생들간의 무리짓기와 왕따, 비교와 무시, 그리고 학폭까지 겉으로는 평화스러워보이지만 속으로는 곪아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불안한 심리상태와 행동을 묘사하면서 학교에서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 한 아이, 그리고 그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가 겪는 사건과 갈등을 묘사한 스토리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꽤나 이슈가 되었던 작품이었어요.

하지만 결말에서 주범으로 몰린 아이가 결국 살인범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지만 그 전에 죽은 아이를 괴롭힌 점, 하지만 내적으로는 죽은 아이만이 가해자 아이가 생각하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는 생각 등이 아이들끼리는 알게 되었지만 사회적으로는 해결되지 않은 점, 그리고 실제 과실치사를 한 아이는 어떻게 되었나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점에 독자들이 많이 그 뒷이야기를 구금해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후속권이 올해 발매되어 훨씬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네요.

자신이 죽인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죽였는지 아닌지 기억이 없는 주인공 주연, 위에서 떨어진 벽돌에 머리를 맞고 사망한 서은, 실제 살인범이 주연인가에 위화감을 갖고 있는 형사, 그리고 주연과 서은의 남은 가족들. 이야기는 미스테리를 풀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진범이 밝혀진 채로 주연과 남은 가족들의 심리와 상처, 그리고 그 배경에 자리한 주연의 엄마 아빠의 상처들, 그리고 서은 엄마의 상실감을 상처로 인해 기억도 되살리지 못하고 유령을 보고 거식증상을 보이는 주연의 치유 과정을 통해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사람들로 나아지는 모습을 묘사해 갑니다. 그래서인지 1권보다는 훨씬 따스한 눈길로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고, 읽기도 편안했던 것 같아요.

짧게나마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따라가 보고 심리에 공감해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고도 할 수 있을듯. 자녀를 둔, 특히 딸을 둔 부모라면 한번 읽어보면 좋을 소설입니다.

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

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10점
이인우 지음/파람북

얼마 전 오사카-교토 여행을 다녀온 김에 도서관에서 보여서 집어들었습니다. 블스에서도 언급된 것을 본 터라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닌 인문학자 관점에서 쓰여진 글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색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고, 실제로 한장 한장 읽어나가면서 소개된 장소나 건물, 정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정말 만족스럽게 볼 수 있었네요.

저자는 기자 출신이면서 교토 내 대학의 연구원으로 머무르며 다양한 장소를 찾아보고 그 소회를 기록해 둔 글을 썼다고 합니다. 그런만큼 교토에서의 건물이 어떤 관점에서 어느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세워졌는지, 교토의 정원이 추구하는 지향점은 어떤 것이고 그것이 시대별로, 건축 주체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교토의 사찰에 보관되어 있는 그림들은 어떤 배경에서 소유하게 되었는지 – 특히 무심결에 지나간 그림이 우리나라의 자연을 그린것도 있다는 것. 또한 교토의 상권이나 씨족권이 고구려/신라/백제의 삼국 시대를 거쳐가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료안지의 그림 이야기였네요. 모두 다 기대하듯 료안지의 가레산스이 양식의 석정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그 장소의 맞은편 안쪽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사실은 일본의 화가가 우리나라 금강산에 가서 감명을 받아 그린 금강산도라는 것은 이 책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사실이었네요. 책에서 이 부분을 읽다가 바로 폰에서 료안지 사진을 흝어보니 우연찮게 우측 끝에 금강산 그림이 걸려있었던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

꼭 그런 부분이 아니더라도 교토를 다녀와서 그 역사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라면 읽어보고 만족할만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네요. 잘 봤습니다. 교토 꼭 다시 가서 다른 곳도 많이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은닉

은닉6점
배명훈 지음/북하우스

비밀요원으로 활동하다가 휴식기를 가지던 주인공의 시점에서, 주인공이 어릴적부터 좋아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인 김은경이 미끼가 되어 핵으로 추정되는 전략무기를 가져가고자 하는 미상의 조직들 간에서 벌어지는 다툼을 묘사한 SF입니다. 그 가운데 각종 정보를 천재적인 네트워크 정보조직을 통해 분석하고 가이드해주는 죽었다고 추정되던 친구 조은수가 등장하고, 조은수의 덕분에 네트워크에서 주인공의 취향과 성격을 통합 분석해서 카게무사같은 자취로 여러 곳에 흩뿌리는 디코이의 능력으로 추적을 피해가는 주인공의 행보를 따라가지요. 그 가운데 등장하는 전략무기는 거대한 전략 핵무기라기보다는 반대로 너무나 조그마해 보이지 않는 어떤 비행체이며, 이를 조종하는 컨트롤러는 눈동자에 씌워지는 렌즈같은 느낌의 생각 외의 기기들입니다. 하지만 이 컨트롤러에는 조종자의 이면의 인격을 드러내고 조절하는 생각 외의 작용도 있는데, 이게 사건 전개에 새로운 실마리가 되지요.

배명훈님의 작품인 만큼 이런 복잡하게 꼬인 설정들을 이해해가는 한편, 체코의 스산하고 살을 파고드는 추위를 느낄 수 있는 묘사를 함께 견뎌야 한다는 점을 즐길 수 있다면,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반면에 그만큼 접근성이나 스토리에 빠져드는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작품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스릴러는 취향에서 좀 벗어나는터라 잘 맞지는 않았습니다만, 작가님이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데는 동감입니다. 새로운 작품을 경험하는 재미는 확실히 있네요 🙂

졸부집 딸입니다

졸부집 딸입니다 110점
윌브라이트/동아

무법지대의 정보상/살수집단 멤버였으나 의뢰주인 귀족의 음모로 동료들이 모두 살해당하고 마지막 순간 귀족이 원하던 검은 성수가 담긴 병을 깨뜨리며 그 어둠에 잡아먹힌 여성 어새신, 깨어나보니 자살 시도를 했던 어떤 부유한 가문의 막내딸이 되어 깨어납니다. 게다가 시간도 한참 전. 알고보니 자신을 죽인 의뢰주 귀족 기디온 콘체른의 막내동생네 조카딸이네요. 다행히 기디온만 빼고 할아버지나 부모님은 모두 네이필리아란 이름의 조카딸을 아껴주는 집안입니다.

네이필리아는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면서 부모님을 지키고, 나아가 콘체른 집안을 보존하면서 자신을 자살하게 한 배신남과 기디온을 견제하기도 하며, 왕가의 권력 다툼을 이용해 점차 영향력을 넓혀갑니다. 환타지 배경이지만 오히려 중세 상업 이야기같은 느낌도 드는듯 해요. 그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꽤나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끼어드는 전생의 자신을 찾다가 자신을 키워준 정보조직을 직접 거느리게 되는 에피소드도 재미있고, 네이필리아와 엮이는 남주 앙헬 대공 (심지어 북부대공)과의 티키타카도 유머러스해서 좋았습니다.

즐겁게 읽어서 작가님의 다른 소설도 찾아보았습니다만.. 무협쪽은 좀 아쉬웠네요. 너무 억지스러운 전개와 설정이 많아서 잘 읽히지 않더라구요. 확실히 판타지 쪽이 잘 맞는 분인 것 같습니다.

김유빈 음반발매기념 리사이틀 Poème

간만의 예술의전당입니다. 주말 오후, 더운 날이었지만 일찍일찍 도착해서 음반과 프로그램도 구입하고 사인회가 있다는걸 확인하면서 연주회에 입장했어요. 콘서트홀 음향은 확실히 다른 곳보다 좋았고, 프랑스 작곡가를 중심으로 한 레퍼토리도 포근하고 새롭고 좋았습니다. 일부러 그런건지 연주자님의 특징인지, 실황 연주를 듣는게 꼭 녹음된 소리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실수 하나 없이 너무나 안정적인 소리가 음반을 듣는것 같아 한편으로 대단하다고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뭔가 아깝달까. 이럴거면 음반을 듣지 왜 실황을 왔지 하는 느낌? 싫다는게 아니라 너무 정확하고 안정적이라 그런거에요. 어떻게하면 저런 소리를 낼 수 있지 하는 부러움. 물론 쉼없는 연습과 재능, 음악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이 되어서겠지요. 나도 연습좀 해야지.

드뷔시 목신의 오후는 편안하고 반가왔고 익숙해서 좋았고, 예전과는 달리 지루한 느낌이 아니라 나도 조금 성장했나 하는 느낌이었고요, 프랑크의 소나타는 어느새 익숙해진 선율이라 아 이게 이 곡이었구나 하면서 즐겁게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끝나고 사인회에서도 간만에 얼굴보며 인사도 하고 금색 펜으로 음반에 사인도 잘 받았네요. 확실히 평일 저녁에 피곤한 가운데 듣기보다 주말에 연주회 오는게 감상에 집중하기에는 훨씬 좋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즐거운 주말 저녁이었네요 🙂

_ P R O G R A M
Pierre Sancan : Sonatine pour Flûte et Piano
피에르 상캉 :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네

Claude Debussy : Syrinx pour Flûte seule
클로드 드뷔시 : 플루트 솔로를 위한 시링크스

Clause Debussy : Prélude à l’après-midi d’un faune, L. 86 (transcription pour Flute et Piano par Gustave Samazeuilh)
클로드 드뷔시 :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L. 86

Francis Poulenc : Sonate pour Flûte et Piano, FP. 164
프랑시스 풀랑 :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FP. 164

– INTERMISSION –

Henri Dutilleux : Sonatine pour Flûte et Piano
앙리 뒤튀유 :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네

César Franck : Sonate pour Violon et Piano en la majeur, FWV. 8(arrangée pour Flûte et Piano)
세자르 프랑크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가장조, FWV. 8(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편곡버전)

– ENCORE –

Clause Debussy “Beau So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