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philia

서머타임 렌더

서머타임 렌더/애니메이션 - 나무위키

디즈니플러스에서 보았습니다. 추천에 뜬걸 보고 어떤건지 검색해봤더니 평이 좋길래 시작했는데, 장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미스테리+호러(?)에 시간루프물일 줄이야. 그래도 추천이 많은만큼 사건의 연결 구성과 캐릭터마다 성격 부여를 참 잘 해서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럽게 봤어요.

고향을 떠나 도쿄로 갔던 아지로 신페이가 주인공. 친구였던 우시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향하고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문득 일부 사람들이 실제 그 사람이 아닌 어떤 그림자가 그 사람들의 역할을 한다는걸 눈치채고 이를 막기 위해 우시오의 동생 미오, 친구 소우, 자신보다 먼저 사건을 겪고 섬을 탈출했던 작가 히즈루 등과 힘을 합쳐 섬을 지배하는 신과 같은 존재인 하이네와 그 하수인 시데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하이네의 수족 그림자들의 습격으로 죽기도 하지만 특정 시점으로 다시 루프하게 되어 자신의 재능인 객관적인 시각과 사건 분석력으로 계획을 세워 계속해서 하이네와 시데의 음모 (모든 섬 사람을 잡아먹고 그림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변화하는 것)를 막기 위해 전략을 실행하지요. 그 과정에서 그림자이지만 하이네의 지배를 받지 않고 신페이를 돕고자 하는 우시오의 그림자(!)를 만나게 되고 둘은 힘을 합쳐 한발짝씩 하이네와 시데의 약점을 찾아나섭니다.

주인공 둘도 좋지만 자신이 하이네와 어울리면서 동생 류노스케를 죽게 만들었다는 후회를 정면으로 돌파하고자 하는 히즈루가 가장 마음에 드네요. 한편으로는 냉정한 분석가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류노스케를 품고 있으며 류노스케가 앞에 나서면 멋드러진 액션을 선보이는 이중인격(?)같은 모습도 멋있습니다. 결말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ㅎㅎ

겨우 며칠간의 이야기이지만 몇 번씩 루프하는 바람에 25화에 걸쳐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잔인한 장면도 많지만 결말이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되는 이야기인듯. 마지막 25화가 해피 엔딩이라 그저 끝을 보면 기분좋게 끝낼 수 있다는 점은 좋았네요.

총, 균, 쇠

총 균 쇠8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김영사

굉장히 유명하고 많이 언급되는 책인데 이제사 봤네요. 그것도 아이 담임선생님이 언급하셔서 봐둬야 할것 같아서 봤습니다. 물론 시간은 좀 걸렸네요, 분량이 분량인데다가 구성이 약간 논문식. 연구 배경과 작가가 생각한 가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전반적인 결과를 두괄식으로 작성 – 그리고 이를 다시한번 항목별로 자세한 근거와 그에 대한 배경을 하나씩 설명하고 예상되는 반론에 대한 대답 – 마지막으로 주장을 다시 요약하고 결론짓고 난 다음 주요 지역에 대한 사례 (케이스 스터디)까지. 그래서 보통의 독서가 입장에서는 작가가 한 얘기 하고 또하고 하는 느낌이라 쉽지는 않았습니다 (머릿속에 저장은 잘 되네요).

전반적인 이야기는 예전에 읽었던 지리의 힘을 사회/역사/문화적으로 확장한 느낌이 강합니다. 국가와 민족의 거주형태와 생활지역이 어느 대륙인지, 농경사회에 빨리 진입했는지, 가축화 가능한 동물과 농경 가능한 식물이 풍부했는지 등에 따라 문화 발전 속도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현대에 와서는 국력과 발전 정도가 달라지는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에요. 물론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영향의 정도가 상당히 크다는 것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문명의 발상지면서 아직까지 농경을 유지하고 중앙집권적 국가체제를 오래 유지한 나라들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으니 말이죠 (여기서 미국은 유럽이 확대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 같습니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 보고 나면 역사와 경제/사회를 보는 눈이 좀 달라지는 책이라는 느낌이에요. 학생 시절에 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초등생에게는 좀 많이 이른 감이 있지만 중고생 정도라면 한번 보면 생각이 깊어질 것 같다는 느낌. 잘 봤습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평행우주 에디션)6점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인플루엔셜(주)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읽기 시작했지만, 뭔가 자기위로 or 치유를 위한 글이었네요. 삶에 지쳐, 자신에게 실망해서 약을 먹고 자살하려는 순간 자정이 되고 학창시절 사서 선생님이 계신 어떤 도서관으로 이동한 주인공, 그곳의 책들은 다 자신이 삶의 어느 순간 다른 결정을 했다면 살았을 그런 삶들이었고 책을 펼칠 때마다 그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는 평행세계 이야기입니다.

결론은 뭐..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으로 어떤 갓생을 살았든지간에 사람은 죽기보다는 살아가는게 더 낫다는걸 깨닫는 법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그 삶을 살아봐야 좋은지 어떤지 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걸 결정하는건 자신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네요. 심심풀이삼아 읽어볼만한 그런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좀 억지로 끼워맞췄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네요.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상세 < < 전시 < 국립현대미술관

지난 주말 아이가 캠프 간 사이에 간만에 둘이서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장욱진 님의 전시를 한다는건 알고 있었는데, 전시기간이 길긴 하지만 계속 미루면 결국 못가는 사태가 발생하길래 마음먹고 나가게 되었네요. 덕수궁은 아직 가을 초입인지라 단풍이 조금 들기 시작하는 정도였어서 내부 산책보다는 전시관으로 직행했습니다.

크게 4개의 관으로 나누어 있었는데, 1관이 초기작부터 후기까지 주르르 전시되어 있어 전시 전체를 본 느낌이더군요. 다 봤는데 3개 관이 더 있다니 뭐가 있길래. 그래서 이동해간 2관은 장욱진님이 즐겨 그린 사물들 – 해와 달, 나무, 가족 등에 대한 전시가 이어졌고, 3관은 마나님을 대상으로 시작해서 불교에 관한 전시들, 마지막은 전반적인 널찍널찍한 마무리 전시가 이어졌네요. 개인적으로는 1관에서 전체적인 내용을 훑을 수 있었던 것과 4관의 매력적인 작품들이 독특한 아이디어로 펼쳐진 전시가 마음에 들었어요.

이렇게 많은 작품을 계속 그리다니 화가라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하나하나가 다 이야기가 있고 각각의 매력이 있는 작품들이 이런 한 자리에 모인 것 또한 대단했구요. 장욱진의 작품을 본 적이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네요.

정직했던 화백의 60여 년 화업...'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 아주경제

스즈메의 문단속 展

티켓링크

지난 20일, 전시회 마감 하루 전에 잠시 시간을 내어 다녀왔습니다. 강남신세계 지하에 전시를 할만한 공간이 있었나 했는데, 의외로 공간을 알차게 사용해서 전시를 잘 해놓았더군요.

전시의 주요 내용은 스즈메의 문단속 콘티와 애니화를 위한 과정, 그리고 인물들과 공간, 사물의 디자인에 대한 내용입니다. 군데군데 스토리의 주요 소품을 제작해놓은 씬도 있어 흥미로왔어요. 귤이 막 쏟아지던 장면에서 그물로 귤을 회수하는 소타 의자의 활약, 스즈메가 스쿠터 뒷자리에 앉아 쓰게 되는 헬멧이라든가, 스즈메가 들고 이동하는 보스턴백이라든가 등등.

하지만 메인은 역시 콘티. 거의 작화 수준의 장면 묘사와 인물들의 대사가 적혀진 내용을 보면 작품의 장면장면이 새록새록 나타나고, 이를 옆의 화면에 있는 장면과 계속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더군요. 그리고 애니 제작 과정도 이런 초기 작화를 컷바이컷으로 영상처럼 넘기는 1차, 흑백에 약간의 포인트를 가미해 영상의 느낌을 잡아보는 2차, 원화 기준으로 작성한 초기본, 그리고 여기에 색상과 빛, 그리고 세부 보정을 한 마무리까지 4단계로 소개되는 영상 제작 과정도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이 과정에 2년 반이 넘게 걸렸다죠.

흥미로운 전시 내용에 비해 굿즈는 좀 별로인 느낌. 사실 다이진이 가득 그려진 잠옷은 좀 귀여웠지만 싱글 사이즈였고, 패브릭 포스터도 괜찮아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억지스러운 메모지나 노트 등이 어마무시한 가격으로 나와있어 발길을 돌리게 되더군요. 아쉽.

원래 아이와 함께 갈까 했는데 급격히 관심히 떨어졌는지 별로라고 해서 갈까말까 했는데 그래도 때를 놓치지 않고 잘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