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hrenheit 9/11

마이클 무어 감독의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사실 칸느영화제라 하면 예술적인 면을 중시하는 영화제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지금의 미국 정부에 대한 미움(?)이 너무 심했기에 예술보다는 진실, 그리고 폭로에 심사위원들의 지지가 쏠린게 아닐까 싶습니다. 덕분에 삐딱한 시선으로 가득한 이 영화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배급망을 탈 수 있게 되었죠. 개봉하는둥 마는둥 하다가 스리슬쩍 내려버린 전작 ‘볼링 포 콜럼바인’과 비교되는 점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볼링 포 콜럼바인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화씨 9/11이 주로 조지 W. 부시 개인을 집중적으로 성토하는데 반해, 볼링 포 콜럼바인은 작게는 미국 총기 협회란 단체를, 크게는 전 미국인의 두려움에 대한 과민반응을 강하게 꼬집고 있거든요. 구성도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일관되게 줄거리를 전개해 나갑니다. 하지만 화씨 9/11은 부시에 대한 폭로를 일관되게 전개해 나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개인적인 비난을 줄줄 읊어대죠. 요즘 상황을 볼 때 물론 통쾌하고 한동안은 재미있었지만, 중반 이후에는 몰입도가 떨어지는것 같습니다.

그런 작은 단점이 물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중에 이 정도로 웃음을 줄 수 있는 영화가 예전에 존재했던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요. 새로운 사실이 폭로될 때마다 ‘푸하하’ 라던지 ‘쯧쯧’ 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한두 사람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사람 대부분이 말이죠. 그만큼 하나의 목적을 향해 편집된 다큐멘터리의 힘이 크다는 사실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마이클 무어, 대단한 사람이에요.

당신 대통령 맞아?

영화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아무래도 처음의 부시 당선에 대한 의문에 관한 내용입니다. 사실 미국 대선은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 미국의 황당한 짓거리와 우리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볼 때 부정 가능성이 농후한 부시의 당선 과정은 상당히 불받는 일이더군요. 거기에 더해지는 부시의 바보같은 발언들은 거의 무*충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부시를 뉴스에서 보게 된다면 부시=무*충 정도로 생각하게 될 것 같네요 🙂

덕분에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새롭게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다른 시선을 알게 된 것 같군요. 앞으로도 이 장르에서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덧, 마이클 무어 감독이 만약 나를 타겟으로 삼는다면..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오싹하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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