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Kong


해리포터를 보려고 열심히 예매하다가 실패하고 나서 엉겁결에 보게 된 영화입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이기에 보려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대타로 보게 될 줄이야.. ^^ 극장은 집에서 바로 길건너에 있는 씨네00 였습니다. 가까운 곳일수록 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이제껏 그곳에서 본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라죠. 그렇지만 킹콩의 그 커다란 모습을 감상하기에는 충분한 스크린 사이즈를 제공해주어서 만족스럽게 볼 수 있었습니다.

3시간이란 기나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듯, 영화의 시작은 칼 던헴 감독(잭 블랙)과 배우 앤 대로우(나오미 왓츠), 극작가 잭 드리스콜(애드리안 브로디)의 만남을 상당히 상세히 묘사합니다. 그 과정에서 칼 감독의 스텝들, 배의 선장과 선원들의 모습 또한 스쳐지나가지 않고 상당히 생동감있는 캐릭터로 그려지더군요. 이들이 칼의 의도 아래 스스로 혹은 속아서 배를 타고 항해하면서 1부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지나갑니다. 1/3이 지나도록 정작 주인공인 킹콩이 언급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 재미있네요.

앤 대로우(나오미 왓츠) & 잭 드리스콜(애드리안 브로디)


폭풍우를 만나 상륙한 섬에서 여러 우여곡절 속에 앤과 킹콩이 만남으로써 2부가 전개됩니다. 이곳에서는 피터 잭슨 감독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느낌이에요. 수많은 괴물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격렬한 전투와 액션,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펼쳐지는 앤과 킹콩 사이의 감정의 흐름. 마이너와 메이저 영화세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온 감독의 솜씨가 돋보였습니다. 킹콩과 앤이 함께 섬 꼭대기에서 석양을 바라보던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3부는 잡혀온 킹콩이 뉴욕에 오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브로드웨이의 구경거리로 전락했지만, 앤을 보기 위해 탈출한 그의 모습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사라진 짝을 찾는 애처러운 연인의 모습이었네요.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곳 – 엠파이어 스테이트에 올라가 다시한번 앤과 석양을 바라보는 킹콩의 모습이 섬에서의 장면과 겹쳐지며 눈물을 자아냅니다.

티라노 vs. 킹콩 - 괴수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


한 편을 보았지만 정말 몇 편씩 되는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에요. 기억에 남는 장면도 한가득 – 앤과 킹콩의 첫 만남과 앤의 공연(?), 앤을 추격하는 공룡, 킹콩과 공룡의 전투, 뉴욕에서 잭을 추적하는 킹콩, 킹콩과 앤의 만남, 센트럴 파크에서의 댄스, 그리고 최후의 전투..

피터 잭슨 감독은 킹콩이란 영화가 단순한 괴수물이 아니라 때로는 액션을, 때로는 로맨스를 적절히 사용하며 ‘영화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준 듯 합니다. 점점 무르익어가는 그의 솜씨가 감탄스럽네요. 과연 다음 영화는 어떤 작품이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

링크: Ann and the King (2005) – milkwood님

3 thoughts on “King Kong

  1. 핑백: TheLibraryOfB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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