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치는 벌판 가운데 드문드문 있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 위에서 화려하게 살아가는 귀족들. 그리고 멸종되어 전설로만 기억되지만 몰래 인간의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는 늑대. 어떤 이들은 그런 현실 속에서 그저 살아갈 뿐이고, 어떤 이들은 희망을 쫓는다. 또 어떤 이들은 절망을 쫓는다.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을 경멸하며 살아가는 츠메, 사람들을 좋아하는 어린 늑대 토오보에, 기회주의자같지만 사람에게 이용당해버리는 히게, 자신이 늑대인줄 모르고 살아온 블루. 그리고 순수하게 낙원만을 추구하는 키바와 모든 이들의 희구의 대상인 꽃의 소녀 체자.그렇게도 꿈꾸며 달려온 낙원이지만 마지막 한 걸음을 남겨두고 이들은 한명 한명씩 죽음을 맞는다. 토오보에는 원하던대로 사람의 품에서, 히게는 그를 용서하고 이해하는 블루와 함께, 동료에게 버림받았던 츠메는 새로운 동료들을 생각하며. 이런 결말은 그들이 생각하던 꿈같고 누구나 행복한 낙원의 이미지와는 달랐을 것이지만, 그들은 모두 행복한 모습으로 삶을 마무리한다. 낙원이란 것이 바라는 모습대로의 어딘가라 한다면, 누구나 바라는 것이 다르기 마련이니 자신이 희구하던 것을 얻어서 더이상의 여한이 없게 되어버린 그곳이 그들에게는 낙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낙원이란 것은 현실에는 없는 것이니.
결국, 낙원으로 인도한다는 꽃의 소녀 체자와 마지막을 함께하는 것은 키바와 다르시아 뿐이었다. 사람이기를 포함하면서까지 체자를 소유하기를 원했던 다르시아, 키바를 힘으로 압도하고 체자를 차지했던 그의 종말은 의외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르시아의 욕구는 체자가 바라는, 키바가 바라는 것을 짓밟으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에 – 타인의 낙원을 파괴하는 것이기에 – 모두가 낙원을 찾는 그곳에서 다르시아만이 낙원에 이르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닐까.꽃은 지기 위해 있는 것이고, 꽃은 씨앗이 되기 위해 있는 것. 씨앗은 새로운 생명의 시작. 그리고 생명은 다시 꽃으로 피어나는 것. 키바와 체자의 낙원은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순환의 고리로 돌아간다. 의미없는 결과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자연이고 자연은 순환해야 하는 것이기에.
녹음을 잠깐 쉬는 동안(26화 마치고, 그 이후 4편을 기다리면서…^^;;)
미리 다운을 받아 본 성우 한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
“낙원은 죽어야 가는 걸까요?”
정말로… 이들의 긴긴 여정 끝에 있었던 낙원은…
뭔가를 희생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었던 것 같아.
하지만 그 순환의 고리 중심에 서 있는 키바의 마지막 대사
낙원은 어디에도 없다고 믿으면서도 본능적으로 낙원을 찾아나서야하는
그의 숙명에 가슴이 많이 아팠어.
26화로 끝났더라면 정말 아쉬울 뻔 했지?!
하지만 27화 이후는 번역하면서 훌쩍훌쩍 얼마나 울었던지…^^;;
은 / 26화로 끝났을때 악평을 했죠. 이건 나중에 나온 30화까지 보고 나서 쓴거라 180도 뒤바뀐 자세로 쓴 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