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2년 8월월

클래식 레볼루션 2022 – KBS교향악단 (김선욱/임윤찬)

예스24공연 / [클래식 레볼루션 2022] KBS교향악단의 멘델스존 교향곡 제4번 (8.20)

[프로그램]
코른골트 – ‘연극’ 서곡 Op.4
멘델스존 – 피아노 협주곡 제1번, g단조, Op.25
– intermission –
멘델스존 – 교향곡 제4번, A장조, Op.90 ‘이탈리아’

마나님 덕분에 임윤찬의 연주를 한번 더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멘델스존의 피협과 이탈리아 교향곡은 귀에 익은터라 즐겁게 들을 수 있었고, 코른골트의 곡도 영화음악처럼 친근한 느낌으로 편안하게 들을 수 있기에 전반적으로 어렵지 않은 연주회였네요. 덕분에 만족스럽게 즐거운 음악감상 시간을 보낼 수 있었네요.

멘델스존 피협에 이어 지난 공연처럼 임윤찬의 앙코르가 시작되었습니다. 갑작스레 피아노 악보대와 함께 등장한 피아노 의자에 어리둥절했는데, 지휘자 김선욱이 임윤찬과 함께 연탄을 준비해서 깜짝 놀랐네요.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소나타라니, 평소 듣기 힘든 곡을 김선욱과 임윤찬의 듀오로 듣다니 이런 호강이. 곡 자체로는 여기에 이어진 임윤찬의 독주 앙코르가 더 좋았지만, 눈으로는 모차르트가 더 즐거웠네요.

[앙코르곡]
– W. A. Mozart, Sonata for Piano Four-Hands in C Major, K.521, Mov.2 Andante
– Mendelssohn, Fantasy in F-Sharp Minor, Op. 28: Sonate Ecossaise

관련기사: 선후배 ‘클래식 아이돌’ 김선욱·임윤찬의 무대는 다정했다

우리는 투기의 민족입니다

우리는 투기의 민족입니다8점
이한 지음/위즈덤하우스

나름 유쾌하게 읽은 조선시대~일제강점기까지의 우리 역사 기록에서 찾은 투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조선시대 가장 비싼 땅은 어디였는지, 양반들은 다들 잘 살았는지, 조선시대의 부자는 돈을 어떻게 모았는지, 옛날의 투자/투기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등등 교과서에서 배운 국사에는 적혀있지 않은 생활상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건 서울에서 제일 좋은 동네 – 경복궁 서쪽의 인왕산 자락이 가장 비싸고 좋아서 태종, 안평대군, 안동김씨 등이 줄을 이어 살았다고 하네요. 양반들과 벼슬아치들도 서울 도성 내에는 집을 얻기 힘들어 세들어 살았다고도 하고, 종로3가 근처의 명보/대한극장 자리가 이순신과 유성룡, 허균/허난설헌 등이 어릴적 살던 마른내라는 이야기도 처음 알았고요 (더불어 원균도..). 양반들도 글이나 쓰고 책이나 보면서만 살았던게 아니라 퇴계 이 황 같은 분도 경상도 각지에 있는 땅을 하나하나 챙기면서 무엇을 심을지 어떻게 관리되는지 등등을 매일마다 체크하며 소득을 늘리기 위해 고민했다는 점도 신선했습니다. 더불어, 농업 근대화의 상징이라는 이앙법이 조선시대에는 한해 농사를 망칠 수 있는 위험성 때문에 금지되었다는 점은 충격이었네요.

더불어 이앙법을 위해 필수적인 저수지 – 보가 착취의 수단으로 사용되었고, 동학운동의 불씨를 당긴 만석보 사건이 조병갑이 농민을 동원해 보를 쌓고 이앙법을 강요하면서 늘어난 쌀을 수탈했기 때문에 이를 읍소하러 간 농민 대표가 있었는데 오히려 맞아죽었다는 사실, 그 아들이 전봉준이었다는 것이 이제야 전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인삼을 중심으로 한 역관들의 무역 이야기에서 기억에 남는건, 익히 알고있던 임상옥의 이야기보다는 좀더 이전 시대였던 장현이라는 인물 이야기였습니다. 능력과 용모, 인맥까지 타고나 한 재산을 일궜고, 아들은 무과, 딸은 상궁으로 들여보내 중요한 정보를 수집했으나 조카인 장옥정(!)의 인현왕후 저주 사건으로 집안이 풍비박산났다는 이야기. 장옥정이 가난한 집이 아니라 한재산 한정보 하는 역관 집안의 여식이었다는 사실은 정말 새로왔습니다.

광업 쪽도 임진왜란/병자호란을 겪으며 조선에 은광이 있다는 사실이 명에 알려져 고생했다는 이야기는 알았는데, 조선말-일제강점기에 걸쳐 금광 발굴이 유행처럼 번졌고 실제 금을 파내기보다는 금광 자체를 거래해서 큰 부를 일군 사람들이 있다는게 신선했어요. 그 모든 것이 일본의 금본위제 이행 때문이었다는 사실도 새로왔네요.

여기에 이어지는 쌀에 연관된 선물 투자, 주식 투자, 굶어서 내몰린 간도/만주 이전 정책 등이 모두 주먹구구로 관리되고 서민들이 말려든 역사는 참 한심하기도 하고 현재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발전하기란 참 어렵구나 싶었습니다. 이를 보완하는게 결국은 제도적 감시와 시스템 구축일텐데, 이 모든걸 다시 원점으로 돌리려는 세력도 항상 있고 말이죠. 술술 읽히면서도 다시한번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 재밌으면서도 볼만한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일본인 이야기 2: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

일본인 이야기 210점
김시덕 지음/메디치미디어

흥미롭게 읽었던 1부에 이어 도쿠가와 막부 중후반기를 다룬 2권입니다. 전쟁과 종교, 서구세력과의 접촉을 다룬 전편과 대비해 이번에는 농민과 의학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는데, 의외로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김시덕 교수님의 특성이겠지만, 기존 역사를 서술하는 정치권력과 지배층 중심의 방식이 아니라, 소소한 서민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는 각종 문헌자료를 토대로 피지배민의 생활상 중심의 서술이 이런 재미를 주는 것 같아요.

덕분에 일본의 농민들이 지역별 번의 지배하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쌀을 공출해야 했던 배경, 그리고 도시에는 흉년에도 쌀이 부족하지 않은데 지역에서는 에도에 바치기 위한 쌀을 본인들이 먹을 것까지 바치는 바람에 계속해서 기근이 이어졌던 것, 동일본이 지속적으로 가난했던 이유 등이 농민 편에서 이야기됩니다. 농민들은 먹고살고자 계속해서 도시로 들어왔고, 도시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통제하고자 했지만 그 역시 수요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았다는 데 아이러니가 있더군요. 더불어 일본에서 ‘굶주려 죽은 귀신, 아귀’라는 설정이 왜 반복되어 등장하는지 이해가 되는 이야기이기도 했네요.

이보다 흥미로운 것이 의학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에도 시대에 네덜란드와의 교류로 서양의학 도입이 촉진되었다는 이야기와는 달리, 에도시대에도 지속적으로 불교계를 중심으로 한 관제 한의학과 유학자 중심의 민간 한의학, 그리고 네덜란드를 통해 전래된 해부학에 대한 지식과 종두법을 통한 천연두 극복이 중요한 축이었던 것 같네요. 의외로 유학자들이 지역에서 의사 활동을 하기도 하고, 사무라이들이 전투에 특화되다 보니 직접 약을 제조하고 부하들이 상사를 위해 약을 상비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왔습니다. 재미있게 읽던 라노벨 책벌레의 하극상에서 문관들이 약을 제조하는 역할을 한다는 설정의 배경이 엿보이는 것 같아 흥미로왔네요.

일본이 한국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기도 하고,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일본인의 사고관이 어느정도 우리에게도 영향을 주었기에, 소수자를 박해하거나 정책의 잘못을 개인의 성향 탓으로 돌리는 것, 국가 시스템의 개선보다 각자도생으로 책임을 넘기는 문화가 결국 동일한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예나 지금이나 일본이나 한국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역사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면 이런 사실을 보고 개선해야 할텐데 그러지 못하고 동일한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네요. 아마도 그래서 부제가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라고 직접적으로 언급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흐 플러스

반 클라이번 우승, 세계 홀린 18세 '임윤찬' 티켓 파워

<1부>
“Jesu Joy of Man’s Desiring” rom cantata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 BWV 147
칸타타 “마음과 입과 행함과 삶” 중 “예수 만인의 기쁨”, BWV 147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

Violin Concerto No. 2 in E Major, BWV 1042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 E장조, BWV 1042
(바이올린: 박수예)

Concerto for two Violins in d minor, BWV 1043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 BWV 1043
(바이올린: 김재영, 김영욱)

—- INTERMISSION —-

<2부>
“Ich habe genug” from cantata “Ich habe genug”
칸타타 “나는 만족하나이다” 중 “나는 만족하나이다”, BWV 82
(클라리넷: 조성호)

Piano Concerto No. 5 in f minor, BWV 1056
피아노 협주곡 제5번 f단조, BWV 1056
(피아노: 임윤찬)

Concerto for Two Pianos in c minor, BWV 1060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c단조, BWV 1060
(피아노: 손민수, 이효주)

마나님 덕분에 가게 된 공연이었습니다. 바흐의 음악 중 협주곡을 중심으로 여러 젊은 연주자들이 어렵지 않은, 친근한 곡을 들려주는 공연이었어요. 특히 두 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곡이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어 좋았네요. 박수예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가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지만 화려하기로는 김재영/김영욱 두 사람의 연주가 더 화려하긴 했어요. 곡의 특성이기도 할테고 연주 스타일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요.

2부에서 클라리넷의 조성호 님은 처음 봤는데, 정말 강렬한 연주스타일이 눈에 띄더군요. 구부정하면서도 온몸으로 곡을 느끼게 해준다고나 할까.. 하지만 연주 자체는 정말 좋았습니다. 이어지는 임윤찬의 연주에도 밀리지 않도록 일부러 클라리넷을 앞에 넣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이날의 하이라이트, 연주때문이기도 하지만 콩쿨 우승의 여파로 사람이 몰리게 만든 주인공이었기 때문인지 박수가 엄청났습니다. 깔끔하고 정돈된, 하지만 확실한 연주가 좋았고, 관객의 호응 때문인지 연주한 두 곡의 솔로 앙코르는 확실히 더 좋았어요. 홀 특성상 합주보다는 독주가 더 맞는것 같네요. 울림이 너무 심해..

마지막 두 대의 피아노는 마무리로 제격인 깔끔한 연주. 손민수 님의 연주가 더 강하게 들려 이효주 님 소리가 약한 감이 있어 조금 아쉬웠네요. 하지만 역시나 다들 기대주란 느낌이랄까요, 앞으로 솔로도 더 많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 앙코르곡
    • [임윤찬]: 파르티타 1번 사라방드|바흐 (Partita No.1 Sarabande|Bach)
    • [임윤찬] 발라드 2번|브람스 (Ballade No.2|Brahms)
    • [손민수&이효주] 시칠리아노|바흐 (Sicilienne|Bach)

벨그라비아의 음모

벨그라비아의 음모10점
셰리 토머스 지음, 이경아 옮김/리드비

주홍색 여인에 관한 연구에 이은 레이디 셜록 시리즈 2편입니다. 1편이 배경 설정을 메인 테마로 진행했다면, 이 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사건을 수사하면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1편에서 샬롯은 왓슨 부인을 만나 베이커 가에 사설 사무실을 열게 되었죠. 이 사무실에 샬롯의 연인격인 잉그램 경의 부인이 찾아와 옛 남자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작품에는 사건 해결이라는 하나의 줄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스토리가 동시에 진행되는 터라 머리속에서 각각을 함께 판단하면서 샬롯을 따라가야 한다는 거에요. 덕분에 머리속은 정신없으면서도 너무나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잉그램 부인의 연인을 찾아가는 이야기, 샬롯에게 청혼한 밴크로프트 경이 넘겨준 암호를 추적하는 이야기, 샬롯의 언니 리비아와 만난 매력적인 남성의 이야기, 샬롯에게 자기를 독살하려 하는 가정부를 조사해달라는 모리스 부인의 이야기, 샬롯을 다시 집으로 데려와 시골로 보내려는 아버지 헨리 경의 이야기 등이 새롭게 펼쳐지는데다가 1편에서 제시된 모리아티와 론스데일 양까지 등장하면서 이 복잡한 실타래가 얽혀갑니다. 샬롯 역시 각각을 ‘사실에 입각해’ 풀어나가고자 하지만 잉그램 경과의 감정과 밴크로프트 경의 청혼에 대한 이성적 분석, 언니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가족애와 자신의 일을 지키려는 독립심과의 갈등 속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구요. 하지만 어떤 일이든 한 걸음씩 나가며 사건을 풀어나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는 만족스러움에 한숨을 내쉬게 되네요. 책을 덮으면서 제가 한 말이 ‘이 작가 정말 잘 쓰네’ 였다구요.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어요.

코난 도일의 작품을 테마로 하면서도 그보다 더 사건을 잘 구성하고, 애거서 크리스티 정도로 이야기의 실마리를 잘 연결해 논리적으로 구성하면서, 동시에 한 편의 구성도 충실하고 여러 권으로 시리즈를 관통하는 스토리까지 놓치지 않는 정말 대단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입니다. 3편도 빨리 나오길 기대할 수밖에 없네요.

타악기가 학교를 점령하다

YES24 티켓 / School _ 타악기가 학교를 점령하다 - 성남

간만의 공연 나들이었습니다. 아이 프로그램 때문에 두번 갔던 성남아트센터에서 다시 공연을 보고 왔네요. 방타앙상블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수업시간을 모티브로 삼아 마림바, 비브라폰, 드럼, 팀파니, 퍼커션 등의 타악기를 이용해 정보, 음악, 체육, 점심, 미술, 시험 등의 제목으로 들어본, 혹은 새로운 음악을 연주했네요. 특히 디즈니 주제곡들을 테마로 한 메들리와 컵과 식판을 가지고 리듬을 만들어낸 점심시간 연주, 그리고 농구공을 가지고 리듬을 타면서 관객과 함께 어울린 코너도 기억에 남습니다. 태평소 연주가와 함께 연주한 국악 시간도 멋졌네요.

성남아트센터는 공연장 자체는 괜찮은데 관객석이 너무 일자로 평평하게 지어져 아쉬움이 좀 있어요. 특히나 아이 앞자리에 몸집이 큰 어른이 앉는 경우 대처가 너무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항상 좌석 선택에 신경을 써야하는 어려움이 있네요. 이번에는 다행히 한 자리가 괜찮은 쪽이 있어서 아이만 따로 앉고 아빠엄마는 뒤에 앉아서 떨어져서 관람을 했는데, 끝까지 재미있게 잘 봐서 다행이었습니다. 어느새 쑥 컸다는 느낌이었어요.

다음에도 재미있는 공연 계속 기획되길 기대합니다. 방타앙상블도 새로운 기획이 또 마련되면 더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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